[명의 결산] “언제든 콜해” 폰 번호 까는 ‘슬의생’ 의사들

  • 카드 발행 일시2024.03.28

‘닥터후’ 결산 ② 슬의생 현실판 명의

‘닥터후’ 시즌Ⅰ과 Ⅱ를 통해 총 41명의 명의들을 만났습니다. 각 병원이 꼽은 내로라하는 명의 31명, 환자단체가 뽑은 명의 10명이 그들입니다. 각종 암부터 만성질환, 피부질환까지 다양한 분야의 명의들이 전하는 고급 건강 정보와 노하우를 전했습니다. 이들 명의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차이점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로 환자들에게 색다른 조언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닥터후가 그동안 만난 명의들의 이야기를 결산합니다. 두 번째 시간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현실판 ‘슬의생’ 명의들입니다.

의학드라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은 환자들에게 큰 힐링과 위로가 됐다. 환자 보호자 A씨는 “사람이 아프면 몸도, 마음도 약해지게 마련”이라며 “아버지가 대수술을 앞두고 여러 병원의 여러 의사를 만나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 드라마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인 의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대다수 의사는 3분 진료 현실에서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환자 말에 고개를 끄덕일 시간에 꼭 해야 할 말을 빠르게 전하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료하는 데 길들어 있다. 오히려 슬기로운 진료일 수도 있다.

닥터후가 만난 의사들 대다수도 그랬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조금은 더 무리해 가며 환자 마음을 여는 이들이 있다. 환자들은 병을 치료하러 갔다가 마음까지 치료받았다고 했다.

부모처럼 힐링 돼주는 의사들

어린 환자에게 병은 더 큰 무게다. 아홉 살 영우(가명)는 어느 날 먹는 걸 일일이 체크하고 먹기 전과 후로 배에 주삿바늘을 꽂아야 하는 1형 당뇨인이 됐다. 그래도 씩씩했던 영우가 외출해서 인슐린 주사를 맞다가 이상한 시선을 느낀 건지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라며 울었다. 마냥 해맑아 그런 줄로만 알았고 사실 그렇다고 믿고 싶었을지 모른다. 영우의 말이 아프게 꽂혔다. 급기야 “이렇게 주사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다”던 영우는 분당서울대병원 김재현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고 달라졌다. 김 교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영우에게 “완치제가 나올 것”이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 우연히 네게 온 것”이라고 하면 “왜 나에게 이런 병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던 어린 환자와 부모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김 교수는 “1형 당뇨를 진단받으면 그 직후부터 먹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 한다. 모든 일상이 달라지니 환자들이 힘들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신도 두 아들 아빠라며 최대한 어린 환자 말에 귀를 기울여 주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