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메일에 英사장 날아왔다, 29살에 ‘러쉬 1호점’ 연 그녀

  • 카드 발행 일시2024.03.27

5남매 키우며 연 매출 1000억 회사 대표…
친정엄마마저 ‘욕심이 너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미령(51) 대표가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를 국내에 들여온 건 스물아홉. 러쉬는 매장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향으로 발길을 붙잡는 브랜드로 유명하죠. 우 대표는 여행 중 우연히 방문한 매장에 푹 빠졌다고요. 돈도 경험도 없이 무작정 본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안서를 써본 적도 없어 일일이 잡지를 오리고 붙여 보냈죠. 한 달 뒤, 놀랍게도 본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곧 CEO가 한국에 갈 테니, 제안서대로 상권을 투어해 달라”고요. 그렇게 러쉬코리아 대표를 맡아, 연 매출 1000억원 회사로 키웠습니다.

일에만 열중해도 모자랄 것 같지만 우 대표는 5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다섯째를 출산했을 땐 친정엄마마저 “욕심이 너무 많다”고 했다고요. 하지만 그는 부정하지 않아요. “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치열하게 살려면 욕심도 좀 부려야죠”. 아이 키우듯 회사도 키워왔다는 우 대표. 그는 어떻게 일과 가정을 모두 잡은 걸까요? 그의 열정과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 목차

① 베이비시터의 마음으로 회사를 키우다
② 문신·피어싱 OK, 채용 공고로 유명해지다
③ 욕심쟁이가 어때서? 선한 욕심을 내다

자신을 '러쉬코리아 대표'가 아닌 '러쉬코리아 해피피플 대표'라고 소개하는 우미령 대표. 사진 폴인, 최지훈

자신을 '러쉬코리아 대표'가 아닌 '러쉬코리아 해피피플 대표'라고 소개하는 우미령 대표. 사진 폴인, 최지훈

베이비시터의 마음으로 회사를 키우다

Q. 러쉬 영국 본사에서 왜 대표님을 선택했을까요?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손짓발짓 다 해가며 말하는 열정? 능력보단 진정성을 봤겠죠, 아무래도(웃음). 제가 장사는 해봤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사실 그때 스페인에서도 발탁된 대표 후보가 있었어요. 저, 이렇게 둘이 영국에 교육을 받으러 갔었죠. 창업자 중 한 분 집에 몇 달을 머물면서 배웠어요. 스페인 파트너하고 매일 비누 만드는 연습하고, 가치 교육 받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얘기하다보니 알겠더라고요. 이 사람이 왜 뽑혔는지.

Q. 왜 뽑혔나요?

저랑 비슷했거든요. 제가 맏이예요. 부모님이 보석상이셨는데, 맞벌이니까 제가 부모님 사업 돕는 일부터 집안일까지 깊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름되면 여름 옷 꺼내고 겨울되면 겨울 옷 꺼내는 집안일뿐만 아니라, 어머니한테 돈 받아서 공과금, 동생 학원비 이렇게 다 쪼개서 은행 가고, 학원 가고 했어요. 부모님 출장도 따라다니고요.

그렇게 살아오면서 책임감이나 억척스러움 이런 게 다 몸에 밴 거죠. 그게 말로는 사실 잘 전달이 안 되는데요. 그때 창업자는 제게서 어떤 에너지를 느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심지어 제가 영어도 잘 못하니까. 이 친구 하는 말이 이런 뜻일까? 하면서 더 집중하고, 뉘앙스를 읽으려다보면 마음이 느껴지잖아요. 장녀의 책임감 같은 게 태도에 묻어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