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조수미에게 뭘 줬냐고? ‘밤의 여왕’ 스타카토 분노 봐라

  • 카드 발행 일시2024.03.22

조수미를 들으며 알 수 있습니다

 🔹큰 성량과 비교해 들어보기
 🔹말하는 목소리와 함께 들어보기
 🔹플루트 보다 더 플루트 같은 목소리
 🔹조수미의 특기, '점점 작게' 들어보기

 💕부록: '자 대고 그은 콧날'에 반했던 첫사랑

믿을 수가 없군. 네 노래는 꼭 깨끗한 물 같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한 말입니다. 1987년 25세이던 소프라노 조수미가 노래하고 나서죠. 죽음을 두 해 앞둔 카라얀은 앞날을 꿰뚫는 듯한 눈빛으로 조수미를 봅니다.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로 남아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데뷔한 조수미는 카라얀, 보닝, 솔티, 가디너, 메타 같은 거장 지휘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중앙포토

1986년 이탈리아에서 데뷔한 조수미는 카라얀, 보닝, 솔티, 가디너, 메타 같은 거장 지휘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중앙포토

‘깨끗한 물 같다’는 말, 참 정확합니다. 우리는 보통 다음과 같은 표현에 익숙하죠. ‘신이 내린 목소리’ 또는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음성’. 카라얀이 조수미에게 했다고 전해지는 찬사입니다.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신이 ‘무엇을’ 내렸다는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그보다는 ‘깨끗한 물’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입니다.

이제 조수미를 들으면 왜 그런지 알게 됩니다. 카라얀이 들었던 그 노래, 바로 그 부분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3분 44초부터 재생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왜 하필 물인지, 음악을 들으니 알 수 있죠? 가볍기 때문입니다. 신이 조수미에게 가장 먼저 내린 것은 목소리의 가벼움, 또 밝음일 것 같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높은음을 내는 능력’만이 아니고요.

조수미는 두텁고 굵은 목소리와 거리가 멉니다. 음악학자 고(故) 이강숙의 1993년 비평을 보겠습니다. ‘조수미의 목소리는 굵다기보다는 가는 편이다. 가늘고 곱지, 굵고 기름지고 폭이 넓지는 않았다.’ 약간의 아쉬움도 보입니다. ‘소리가 좀 더 굵었더라면 사람의 가슴을 더 울렸을 것 같다.’

사실 오페라 무대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어야 하는 성악가에게 가볍고 가는 목소리는 약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수미는 1980년대부터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도맡으며 경력을 쌓았죠. 카라얀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조수미와 오페라 녹음을 준비했고, 조수미는 밀라노·런던·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지휘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어떤 매력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