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작 9세인 영우(가명)는 1형 당뇨인이다. 영우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7월. 갑자기 물이 없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물을 찾더니 소변을 자주 보다 못해 밤에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석 달 새 몸무게가 15㎏이나 빠졌다. “혈당을 체크해 보라”는 할머니 말에 “애한테 무슨 얘기”냐며 화부터 버럭 낸 엄마는 며칠 지나 혈당을 측정해본 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조차 어려운 ‘HI’(HIGH)가 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1형 당뇨 아이들 사연이 수두룩했다. 다음 날 찾은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서 영우도 같은 병을 진단 받았다.
살고 싶지 않다던 환아…“선생님이 힐링”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이렇게 주사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씩씩하던 영우였는데,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어느 날 이런 말을 꺼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아이를 살려야 했다. 감정적인 내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봐 줄 의사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49·사진) 교수를 만났고, 영우는 그 뒤로 달라졌다. 영우는 이제 “분당서울대 김 선생님을 만나는 게 힐링”이라고 말한다.
영우 엄마는 김 교수와의 첫 만남부터 뭔가 달랐다고 떠올렸다.
“영우야, 불편한 것 없니? 제일 힘든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