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꽂던 9살 “살기 싫어요”…그 아이 살린 현실판 ‘슬의생 쌤’

  • 카드 발행 일시2024.02.29

이제 고작 9세인 영우(가명)는 1형 당뇨인이다. 영우 몸에 이상한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7월. 갑자기 물이 없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물을 찾더니 소변을 자주 보다 못해 밤에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석 달 새 몸무게가 15㎏이나 빠졌다. “혈당을 체크해 보라”는 할머니 말에 “애한테 무슨 얘기”냐며 화부터 버럭 낸 엄마는 며칠 지나 혈당을 측정해본 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조차 어려운 ‘HI’(HIGH)가 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1형 당뇨 아이들 사연이 수두룩했다. 다음 날 찾은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서 영우도 같은 병을 진단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가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 교수가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살고 싶지 않다던 환아…“선생님이 힐링”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이렇게 주사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씩씩하던 영우였는데,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어느 날 이런 말을 꺼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지만 주저앉을 순 없었다. 아이를 살려야 했다. 감정적인 내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봐 줄 의사를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재현(49·사진) 교수를 만났고, 영우는 그 뒤로 달라졌다. 영우는 이제 “분당서울대 김 선생님을 만나는 게 힐링”이라고 말한다.

영우 엄마는 김 교수와의 첫 만남부터 뭔가 달랐다고 떠올렸다.
“영우야, 불편한 것 없니? 제일 힘든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