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전국 조직’도 있다, 백혈병 명의의 ‘꽃게탕 캠핑’

  • 카드 발행 일시2024.02.22

닥터후Ⅱ: 환자가 뽑은 명의 ⑦만성백혈병 명의 김동욱 교수

회원 수 2000여 명. 활동 기간 20년. 전국 7개 지회의 탄탄한 조직력. 이런 산악회가 얼마나 될까요? 이 단체는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환자들이 만든 ‘루산우회’입니다. 백혈병의 영문명 ‘루케미아(leukemia)’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투병의 고통, 그리고 그걸 이겨내려는 희망은 이들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체의 탄생부터 줄곧 함께해 온 정신적 지주가 있으니….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희망, 김동욱 의정부을지대병원 교수입니다. ‘닥터후Ⅱ’ 이번 편에서는 만성백혈병의 세계적 권위자 김동욱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시위였다. 뾰족한 수도, 그냥 집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진료실 옆방 대기실에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환청처럼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자분, 아직도 계시죠? 다시 들어와 보세요.”

이창희(62·여)씨는 17년 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새 삶이 시작된 날이다. 이씨는 2001년 2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1세대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복용하다 내성이 생겼다. 암이 약을 이겼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다. 골수이식의 부작용과 고통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2세대 항암제인 스프라이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시 국내 임상은 김동욱(당시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이끌었다. 이씨는 김 교수를 찾았지만 이미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이 끝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료실 밖 하염없는 기다림 끝에 희망이 찾아왔다. 이씨는 “그냥 돌려보내기가 영 찜찜하셨던 것 같다. 교수님이 다시 부르더니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볼 테니 한번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스프라이셀 복용으로 이씨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는 “아무도 내가 아픈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여느 할머니처럼 손주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