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감독 홍명보? 신태용? 선수들은 ‘해외 감독’ 원한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2.23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플레이메이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불거진 선수단 내 갈등 양상이 일단락됐습니다. 일시적인 감정의 과잉이 원인인지, 또는 선수들 사이에 보다 깊은 균열이 있었는지는 추후 정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감정의 앙금을 털고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다짐한 건 반가운 일입니다.

이제 ‘클린스만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일이 남았습니다. 능력 있고 성실하고 한국 축구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를 선임해 무너져 내린 축구대표팀을 재건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일정을 다시 소화하는 한국 축구에 다시금 희망의 빛을 드리울 구원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어느 나라든 똑같다. 축구대표팀 감독은 늘 구원자처럼 등장했다가 대부분 만신창이가 되어 떠난다. 축구 세상에선 흔한 일상이다. 2024년 1월과 2월, 독일발 폭풍우가 휩쓸고 간 한국 축구는 쑥대밭이다. 망연자실할 필요는 없다. 이런 혼돈은 축구 팬들에게 매우 익숙하다. 모든 이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안다. 나비처럼 날아 (유능한) 차기 감독을 벌처럼 콕 찍으면 된다.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공식 일정마저 화상회의로 마무리 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사례는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뉴스1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공식 일정마저 화상회의로 마무리 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사례는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잘한 일이 딱 하나 있다. 1년에 걸쳐 완성한 ‘오답노트’를 남겼다. 첫째, 자율 일변도의 선수단 관리는 한국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서 국가대표팀 선수단 관리에서 자율만큼 기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되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수단 관리 능력을 내세웠지만, 본인이 직접 ‘이렇게 관리하면 팀이 망한다’는 걸 제대로 시연하고 떠났다.

둘째, 팀 전술을 완성하는 디테일의 중요성이다. 클린스만호는 이론과 키워드만 강조하면서도 그것들을 실전에서 구현할 방법론을 갖추지 못했다. 아시아 톱클래스 경기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뛸 줄 알았던 한국 선수들은 아시안컵 경기에서 어찌할 줄 모른 채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세부 사항에 대한 구체적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투철한 직업 정신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international team manager)은 국제적으로(internationally) 일해야 한다”며 잦은 외유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는 가장 중요한 한 단어를 잊었다. ‘코리언(Korean)’이라는 수식어였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팀의 수장이라면 누구보다 그 나라 축구의 특징과 정서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유럽파도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코리언’들이다.

지난 16일 감독 해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북중미월드컵 예선을 꾸리기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한다. 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원회)를 재구성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지난 20일 (적당히 바쁜 축구인들로) 새 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팬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정해성 위원장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