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여인이 사라졌다’…임윤찬 악보에 적힌 글귀

  • 카드 발행 일시2024.02.16

 ※3월 27일 업데이트: 이번 기사에 실린 임윤찬 인터뷰의 전체 내용 PDF를 e메일로 다시 보내드립니다. 기사 맨 끝의 링크를 눌러 구글 폼을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작성 기한은 4월 3일입니다. 2월에 구독자들에게 보내드렸던 PDF와 동일한 것입니다. 추가 신청 요청이 많아 기한을 연장했습니다.

2월 초 일본에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공연이 열렸습니다. 1일부터 11일까지 도쿄와 오사카 등 4개 도시에서 6회에 걸쳐 공연이 이어졌는데, 모든 공연의 입장권이 매진됐습니다. 글로벌 스타 임윤찬의 인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죠. ‘도대체 스무 살의 저 피아니스트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는 걸까.’
 이번 주에는 피아노를 전공한 김호정 기자가 도쿄와 보스턴·뉴욕을 바삐 오가는 임윤찬을 직접 만나서 나눈 대화를 들려드립니다. 임윤찬의 특별하고 예술적인 상상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요즘 쇼팽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고 했습니다.
 ‘더 클래식’ 임윤찬 3부작의 마지막입니다. 이번 기사 하단의 링크를 눌러 구글 폼을 작성해주시면, 인터뷰 전문이 들어간 PDF를 e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작성 기한은 2월 23일(금)입니다.그의 말을 듣고 나면 임윤찬의 연주가 더욱 다르게 들릴 겁니다.

임윤찬 스타일 ③ : 진하고 특별한 상상에서 나오는 음악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월 일본에서 쇼팽 연습곡을 연주하는 장면. 사진 나고야 시라카와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월 일본에서 쇼팽 연습곡을 연주하는 장면. 사진 나고야 시라카와홀

“제대로 된 음악가라면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매일매일 산을 넘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무 살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그가 넘는 산은 쇼팽의 연습곡 전곡(27곡)입니다.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제 선생님(손민수 교수)이 그런 조언을 해주셨어요. 진정한 예술가들은 연습곡을 연습곡이라 보지 않는다고. 연습곡이 아니라 피아노 판타지(환상곡)라고요. 저는 사람의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연습곡에 가장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달랐구나.’ 지금부터 임윤찬의 쇼팽 연습곡이 다르게 들리는 이유, 그의 마음에 있던 상상의 세계를 글로 풀어내 보겠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연주 시간 동안 임윤찬이 꼽은 ‘최고의 순간’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 음악에서 최고라 소개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통해서 말입니다.

임윤찬의 90초 상상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흑건’(작품번호 10중의 5번)을 보겠습니다. 오른손이 검은 건반만 아주 빠르게 치도록 돼 있는 특이한 작품이죠. 악보대로만 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1분30초 정도였던 임윤찬의 ‘흑건’은 독특하고 특별했습니다. 속도를 확 늦췄다가 다시 빨라지는 해석이 인상적이었고요. 연주의 끝에는 마치 크리스털이 부서지는 것처럼 소리가 분산됐습니다.

이 ‘흑건’은 무엇일까. 임윤찬이 답해 줬습니다.
그는 이런 상상을 했다고 합니다.
“오른손은 자연이에요. 반짝이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보이는데요, 그게 밝은 태양빛은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