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한국인 속 뒤집었다? 클린스만이 증명한 능력 하나

  • 카드 발행 일시2024.02.09

아시안컵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손흥민을 필두로 역대 최고 라인업이라 평가받은 선수 구성을 갖추고도 고전과 졸전을 반복하다 4강에서 멈춘 것에 대한 실망감이 축구계 안팎을 휘감고 있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표팀 감독을 향합니다. 대회 기간 중 이렇다 할 전술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원격 근무’로 대표되는 불성실한 태도, 국내파 선수들에 대한 무관심 등 각종 논란이 더해져 끓어오른 여론은 폭발 직전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아시안컵 현장을 누비며 클린스만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홍재민 축구칼럼니스트가 여론과 선수들의 입장, 제3자의 시각까지 더해 ‘클린스만 논란’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도하 살이’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현장을 누비는 동안 가장 자주 들은 이름이 둘 있었다. ‘손흥민’, 그리고 ‘위르겐 클린스만’이다. 두 사람은 이번 대회 참가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와 감독이었다. 손흥민이란 이름은 한국이 4강에 오르는 과정에서 매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광채가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유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호언장담했던 결승행에 실패하고도 왜 진심 어린 반성이나 사과가 없는지, 까마득한 약체에 동점골을 먹고 왜 활짝 웃었는지,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수비 전술을 갑자기 꺼낸 이유가 무엇인지, 대회 내내 매경기 골을 내주고도(6경기 10실점) “대회 끝까지 숙소를 예약하라”고 조언했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건지 등 다양한 화제로 ‘클린스만’이란 이름이 자주 귓가를 맴돌았다.

그의 팀은 4강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또 한번 사령탑 자질 논란이 축구대표팀 안팎에 광풍처럼 휘몰아쳤다. 대중의 관심도는 단번에 급상승했고, 한순간에 뚝 떨어졌다. 김치로 따귀를 날리며 시청률을 보장하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랄까. 원망스러운 경기 내용에 혼내기 애매한 결과까지, 알쏭달쏭 그 자체다.모든 게 물음표 투성이인 클린스만 감독. 그는 우리가 여전히 진가를 파악하지 못한 구원자일까, 아니면 많은 이의 예상처럼 뻔뻔한 사기꾼일까? ‘천사일까 악마일까’로 바꿔 표현해도 뉘앙스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요청해 유니폼에 사인을 받은 이란 기자. 사진 홍재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장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요청해 유니폼에 사인을 받은 이란 기자. 사진 홍재민

카타르 현지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수퍼스타였다.
공식 기자회견장과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외신기자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기념촬영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언론인의 직업의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 등장한 세계적 레전드 앞에서 그런 자존심쯤 버리는 외신기자가 의외로 많았다.

결국 대회조직위원회가 “취재 현장에서는 팬과 같은 행동을 자제하라”고 공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자리에서도 사진을 찍어주고 사인해 줘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짜증을 냈을까? 전혀! “이런 일은 내 인생의 일부”라면서 여유있게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