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 번 마주치고 끝내네….
환자는 진료실을 나서며 짜증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들릴 듯 말 듯한 환자의 혼잣말이 그의 귓가에는 쩌렁쩌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진료를 위해 부산에서, 제주에서 큰맘 먹고 올라왔는데 1분 컷 진료라니. 사실 그래 왔다. 원체 다정다감한 의사가 아닌 데다 항상 시간에 쫓겨 구구절절 설명을 못 했다. 환자가 앉자마자 ‘재발한 것 없다’ ‘간이 이만큼 자랐다’ ‘간 기능 수치는 이렇다’ 요점만 설명해 왔다. 그래야 다음 환자를 본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