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서 2층 간다며 웃었다…40대 남자 죽인 ‘종이 한 장’

  • 카드 발행 일시2024.01.30

나는 살면서 세 번의 사기를 당했다.
믿었던 이에게 크게 당해 보기도 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속아 봤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보면 어떻게 저런 걸 당하나 싶겠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잘 모른다.
지나고 나서 보니 사기당한 거였다.
원망만큼 자책이 든다. 그런 게 사기다.
그런 걸 노리는 게 사기꾼이다.

내가 당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가 말해주더라.
인간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남자.
여자.
사기꾼.

막상 사기꾼을 잡아서 심문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했단다.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착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단다.
이런 사람들이 왜 그런 죄를 지었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들다가도 형사인 자신도 이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상습적인 사기꾼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사기 치는 것에 일말에 죄책감도 전혀 없다는 것.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도 그것을 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솜방망이 처벌은 그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들만의 몫이다.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의 그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 사기친 사람은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의 사기를 당했지만 나 역시도 되돌려받지 못했다.
가해자들도 처벌받지 않았다.

내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번에 간 현장의 고인도 사기사건의 피해자였다.
고인은 40대 남성.
한때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가게를 접고선 오토바이로 배달 일에 나섰다.

현장은 도심 외곽의 빌라였다.
20평 남짓한 지하 방.
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처분하지 못한 새옷들이 방 한가득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