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한 미국인 살인범, “XX코리아” 묵비권 소름 진실 ⑥

  • 카드 발행 일시2024.01.30
중앙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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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묘사한 그대로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큰 덩치의 외국인은 언급했던 그 옷을 입고 있었고,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있었다.

그 역시 이쪽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눈인사로 서로의 눈썰미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그들은 일을 시작했다.

가방이 이쪽으로 전달됐다. 그런데 그 안에는 약속된 물건이 없었다. 의아해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외국인이 입을 열었다.

“Trust me(나를 믿어라).”

그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은밀하게 말을 이어갔다.

“마약은 가방 안감 속에 숨겨져 있어.”

그때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쳐 그 외국인을 포획했다. 그러고는 가방을 칼로 찢었다.

밀가루나 고운 설탕처럼 보이는 가루가 진공으로 포장돼 있었다. 필로폰이었다.

 아이작 스텐슨은 경찰의 함정수사에 적발돼 체포됐다. 그의 가방 안감을 뜯어보니 2kg 상당의 필로폰이 은닉돼 있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아이작 스텐슨은 경찰의 함정수사에 적발돼 체포됐다. 그의 가방 안감을 뜯어보니 2kg 상당의 필로폰이 은닉돼 있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 마약밀매 조직의 미국인 중간 유통책 아이작 스텐슨이 한국 경찰의 함정수사에 덜미를 잡힌 순간이었다.

그는 여러모로 흥미롭고도 상징적인 인물이다. 다국적 갱단의 일원이면서 자신의 보스를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살인 용의자이며 ‘조선족 마약왕’을 ‘상선’으로 두고 있는 마약 유통책.

더욱 주목되는 건 그가 남미 마약 카르텔과 선이 닿아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제적 범죄 용의자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한국이 국제 마약 범죄 조직의 ‘놀이터’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물이다.

‘마약 루트’ 취재팀은 스텐슨의 행적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출발점은 태국 파타야, 즉 잔인무도한 살인사건의 현장이다.

수영장 딸린 초호화 빌라서 끔찍한 살인사건

태국 파타야 외곽에 위치한 고급 빌라촌의 모습. 이곳에서 2015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태윤 기자

태국 파타야 외곽에 위치한 고급 빌라촌의 모습. 이곳에서 2015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이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