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11분48초에 틀렸다? 천만에, 베토벤식 폭탄 던졌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26

이번 주 김호정의 더 클래식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앞뒤 재지 않고’ 나아가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거기에서 베토벤이 떠오릅니다. ‘청중석 밑에 폭탄을 설치해 뒀다’는 평을 들었던 18세기 피아니스트 베토벤과 2004년생 임윤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피아노를 전공한 김호정 기자의 설명을 음악과 함께 들어보시죠. 임윤찬이 숭배하는,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이야기와 연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임윤찬 스타일② : 음표가 다를 때도 음악은 맞다 

2004년생 피아니스트 임윤찬. 중앙포토

2004년생 피아니스트 임윤찬. 중앙포토

베토벤은 어떤 피아니스트였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 말고요,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베토벤 말입니다. 전설적 음악 평론가였던 해럴드 C 숀버그의 서술을 빌려봅니다. “베토벤의 연주가 압도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연주가 바다와 같은 파동과 깊이를 표현했던 반면, 다른 음악가의 연주는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들려서였다.

임윤찬의 연주에서 피아니스트 베토벤이 떠오릅니다. 임윤찬은 음악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과감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의 연주를 들으면 보통 시냇물이었던 부분이 바다가 되는 경험을 종종 합니다. 굽이치는 정도가 다르죠. 이번 회에는 임윤찬의 ‘저돌성’을 베토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자보다 표범에 가깝다 

2019년 통영에서 연주한 베토벤 협주곡 3번의 마지막 악장, 그중에서도 맨 끝부분입니다. 처음 이 연주를 접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일단 너무 빨랐거든요. 네, 물론 어느 피아니스트나 이 부분을 빠르게 칩니다. 악보를 볼까요. 여기에도 ‘빠르게 하라(Presto)’는 지시어가 쓰여 있죠. 속도 표시가 보입니다. 점사분음표 하나에 108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분에 108번이니까 1초(60번)보다 1.8배 빠른 정도입니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는 ‘112’로 약간 더 빠른 속도를 권장해 놨네요.

베토벤 협주곡 3번 코다의 속도 표시.

베토벤 협주곡 3번 코다의 속도 표시.

이 지시에 가장 근접한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박자기를 틀어 놓고 세어 보면 악보에 적힌 대로 108~112 정도입니다.

〈8분6초부터 재생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끝까지 들으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임윤찬입니다. 15세의 임윤찬이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