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에 “넥타이 풉시다” 컬렉터 이건희의 첫마디

  • 카드 발행 일시2024.01.25

고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유산은 기업만이 아닙니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기증된 2만3000여 점의 문화유산도 있습니다. 3년간 이어진 전국 순회 전시에 250만 명 가까이 몰렸죠. 신드롬에 가까운 관람 열풍이었습니다.

사실 기자도 놀랐습니다. 한국 근현대미술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고 오랜 기간 미술 기사를 썼기에, ‘아는 그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희 컬렉션은 신선했습니다. ‘장욱진이 이런 그림도 그렸나’ 싶었던 ‘공기놀이’(1938), 책에서만 보던 백남순의 ‘낙원’(1936), 권진규의 1960년대 테라코타 부조들… 한국 미술 명작 파노라마가 펼쳐졌기 때문이죠. ‘미술관을 염두에 둔 집요한 컬렉션’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시리즈를 엮게 된 계기입니다.

매주 목요일, 중앙일보 프리미엄 콘텐트인 더 중앙 플러스가 이건희 컬렉션의 마스터피스를 한 점 한 점 들여다보겠습니다. 여느 컬렉터들이 작품에 대해 “그거 좋은 겁니까”라고 물을 때 그의 질문은 달랐다는데요, 먼저 ‘컬렉터 이건희’부터 소개합니다.

지난해 4월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출품된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 출품된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 연합뉴스

①“처음 만난 백남준에게 넥타이 풀자 했다” 컬렉터 이건희

1989년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의 ‘백남준’ 전을 방문한 정기용 원화랑 대표, 홍라희 관장, 백남준, 박명자 회장(왼쪽부터). 사진 갤러리현대

1989년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의 ‘백남준’ 전을 방문한 정기용 원화랑 대표, 홍라희 관장, 백남준, 박명자 회장(왼쪽부터). 사진 갤러리현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 1984년 1월 1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세계 최초로 위성 생중계했다. 전 세계에서 2500만 명이 시청했다. 그러나 소니TV로 작업하는 그는 종종 일본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가 이건희와 처음 만난 건 1985년 무렵이었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의 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