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목표, YS·DJ 아니었다…나와 공화당 쓸어버렸다 (79)

  • 카드 발행 일시2024.01.22

12·12 사태 이전까지 나는 전두환이란 인물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10·26 이후 전두환이 합동수사본부를 이끌며 실력자로 부상했지만 그 위험성을 제대로 주시하지 못했다. 나 자신이 군인 출신이지만 군부에 대한 관심을 끊은 지 오래였다. 총구의 권력 앞에서 정당이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정당 대표인 내가 바로 혁명으로 세상을 뒤엎은 장본인인데도 말이다.

 1971년 11월 1일 김종필 국무총리(가운데 선글라스 쓴 이)가 월남에 주둔하고 있는 백마부대를 찾아 조천성 9사단장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그 뒤 철모에 대령 계급장을 단 전두환 29연대장이 서 있다. 사진 김종필 전 총리 비서실

1971년 11월 1일 김종필 국무총리(가운데 선글라스 쓴 이)가 월남에 주둔하고 있는 백마부대를 찾아 조천성 9사단장과 악수하며 격려하고 있다. 그 뒤 철모에 대령 계급장을 단 전두환 29연대장이 서 있다. 사진 김종필 전 총리 비서실

전두환과 정식으로 대면한 것은 1979년이었다. 10·26 시해사건이 일어나기 5개월여 전인 5월 16일 청와대에서 5·16민족상 시상식이 열렸다. 나는 이사장으로 참석했고,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은 안전보장부문 수상자였다. 그는 제1사단장 시절인 78년 10월 17일 북한의 제3남침 땅굴을 발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축하한다는 인사 정도였을 것이다. 그전에도 그와 스쳐간 적은 있었다. 52년 4월 내가 미국 육군보병학교 유학을 마치고 진해의 육군사관학교 본부 중대장으로 발령받아 4개월 근무했다. 그때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육사 11기생 중에 전두환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71년 11월 나는 국무총리로서 월남에 주둔한 한국군 부대를 순시했다. 이날 찍은 사진을 보면 주월 백마사단(9사단) 29연대장으로 참전했던 전두환 대령이 뒷줄에 서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기억할 만한 계급은 아니었다.

육사 8기와 11기로 선후배 사이여서 가깝지 않으냐고도 하는데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육사 11기는 자신들이 4년제 정규 육사의 첫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전두환과 그의 하나회 멤버들은 위 기수 선배들을 무시하는 언동을 하곤 했다. 나는 공직생활 중에 군부와는 거리를 뒀다. 내가 군에 개입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 사람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내가 군에 접근해서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것은 아닌지 늘 신경을 썼다. 그런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 나 스스로 군을 멀리한 것이다.

전두환은 군에서 자기 세력을 서서히 키워 갔다. 전두환을 끌어준 것은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였다. 61년 혁명 후 전두환이 국가재건최고회의 민원비서관으로 일할 때부터 박종규는 그와 가까이 지냈다. 73년 윤필용 사건으로 하나회의 리더인 전두환이 제거될 뻔했을 때도 박종규가 구명에 나섰다. 그의 뒤엔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전두환의 하나회를 묵인하고 지원했다. 결국 자신의 세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듯하다. 군부 안에서 자라던 위험한 싹을 도려내지 않고 키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