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59초, 그의 왼손을 봐라…임윤찬 왜 피카소인지 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19

임윤찬은 20세의 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18세)로 우승했지요. 그런데 임윤찬의 연주는 뭐가 다르기에 전세계의 극찬을 받는 걸까요. 그의 연주는 뭐가 특별하기에 많은 음악 팬이 열광하는 걸까요. 임윤찬에 대한 평가 중 대표적인 것은 “피아노를 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겁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중앙일보 음악담당 김호정 기자는 그를 ‘건반 위의 피카소’라고 소개합니다. 약관의 임윤찬이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 김호정 기자가 지금부터 알려드립니다.

①임윤찬 스타일: 건반 위의 피카소, 멜로디보다 화음

'김호정의 더 클래식' 1편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James Holecrop

'김호정의 더 클래식' 1편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James Holecrop

이 곡이 이렇게 재밌었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에 대한 반응입니다. 2023년 5월 뉴욕타임스의 리뷰를 볼까요. 뉴욕타임스는 ‘꿈 같은 연주였다’는 말로 임윤찬의 기량을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이 리뷰에서 특히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곡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누가 알았나? (Who knew this piece was so funny?)’
임윤찬의 연주가 재밌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중요한 점은 재미입니다. 낯선 곡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임윤찬 돌풍의 진원지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듣는 아름다움,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서 특별한 재미가 있다는 것 말입니다. 경기도 시흥에서 자라며 '친구들 다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데 아무것도 안 하기가 좀 그래서' 피아노를 시작한 그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가 된 비결 중 하나가 바로 ‘듣는 재미’입니다.

그런데 왜 재미있을까요? 무엇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도대체 임윤찬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재미있게 들리는 걸까요.

안 들리던 음들이 튀어나온다 

전문가의 많은 리뷰가 임윤찬의 연주에 대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들리는 이유의 전부는 아닙니다. 임윤찬은 음악의 새로운 지점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음악도 신선하게 들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쇼팽의 연습곡 ‘혁명’을 들어보면 긴 음표 뒤에 짧은 음표가 나오는 리듬인데요. 임윤찬은 앞의 음은 더 길게, 뒤의 음은 더 짧게 연주합니다.

다음 곡을 들어볼까요. 쇼팽 연습곡의 교과서로 불렸던 젊은 시절의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연주입니다. 같은 리듬인데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14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