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금지’ 가득했던 여대생 방…마지막 음식은 소주 2병이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1.16

모르는 번호 너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척 앳된 목소리였다.
이번엔 무슨 사연일까.

“동생이 죽었어요.”
목소리만으로도 의뢰인이 어려 보였는데, 그의 부모도 아니고 동생이라니.
갑자기 휴대전화기에 무거운 추라도 달린 듯 벌써부터 어깨가 뻐근해져 왔다.

현장은 평수가 꽤 넓은 투룸이었다.
고인은 간호학과를 다니는 여학생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했다.
최근엔 수급자 등록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20대 초반에 딱히 아픈 곳도 없었는데 어떻게 수급자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 어린 나이에 무엇이 그의 삶을 포기하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언니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무엇이 고인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했는지.
언니의 말로는 최근 동생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런 동생을 위해 지난해 말 제주도 여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조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건 가족도 잘 모른다.

우울증은 환자 본인이 내색하지 않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이다.
자신을 위해 노력해 주는 언니의 마음을 외면하기 어려워 괜찮아 진 척 했을까.

대학 재학생이었던 고인은 아직 20대 초반.
간호학과라고 하니 졸업만 하면 상대적으로 취업 걱정도 크게 없는 과였다.
고인은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책장에는 성공이나 처세를 다루는 소위 ‘자기능력계발’ 서적이 많았다.
그냥 한두 권 얻어 본 것이 아니라 꽤 체계적으로 사서 모아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