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 잃는 부자 펀드 설계자…‘신들린 투자가’의 2024년 픽

  • 카드 발행 일시2024.01.08

머니랩

돈을 버는 길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모범답안’은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머니랩이 상위 0.1% 부자들의 선택을 받는 펀드, 그들의 투자를 담당하는 사람들, 그들이 관심 갖는 투자 상품 등을 분석합니다.

자산가들은 지키는 투자를 한다

시장에는 꽤 잘 들어맞는 법칙이 있다. 올해 좋았던 종목이나 펀드는 다음 해에 반드시 ‘죽을 쑨다’는 것. 그만큼 ‘꾸준히’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산가들은 ‘높은 수익률’보다도 ‘낮은 변동성’을 선호한다. 번 걸 다음 해에 까먹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빌리언폴드는 3년 내리 시장을 이겼다. 대표 펀드인 Billion Beat-EH의 2023년 수익률은 28.74%(코스피 18.73%), 2022년 3.26%(코스피 -24.89%), 2021년 31.12%(코스피 3.63%)다. 월별로 봐도 지난해 단 2개월 만에 보합에 그치고 전부 코스피를 이겼다. 시장이 많이 빠졌던 지난해 10월에도 수익을 냈다. 하지만 시장에서 주목하는 건 수익률보다 변동성이다. 2020년 이후 빌리언폴드의 연평균 변동성은 7.23%다. 코스피 변동성(16.86%)의 절반 이하다.

고액 자산가와 기업 법인자금 그리고 시중은행 등 ‘절대 잃으면 안 되는’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이재경 NH투자증권 PWM 부문 대표는 “빌리언폴드는 수익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펀드”라고 말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매니저’. 동료들은 안형진 대표를 이렇게 평가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주식투자 대회를 휩쓸며 수십억원의 자산을 모아 재야 고수로 이름을 날렸다. 20대 전업 투자자 시절 1년에 손실을 본 날이 단 12일 뿐일 정도. 그는 “트레이더(단타로 수익률을 내는 투자자)로 돈을 많이 벌었다. 정말 신들린 듯이 잘했던 시절”이라고 했다.

2014년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운용팀 대리로 입사해 2년 만에 헤지펀드 운용본부장으로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운용 경력이 ‘0’이었지만 본인의 5년치 계좌 수익률을 보내 당당히 타임폴리오에 합류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후 황성환 대표와 함께 타임폴리오를 헤지펀드 업계 1위로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타임폴리오 재직(2014~2017) 당시 누적수익률이 297.9%였다. 

특히 안 대표는 롱숏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시장의 분위기와 색깔에 기민하다. 그는 “올해가 파란색(약세장)은 아닐 것 같다. 투자 기회를 주는 시장일 것 같다”고 평했다. 안 대표의 펀드 운용 전략과 올해 시장 전망 그리고 투자 인생을 자세히 들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펀드 대표 운용 전략을 설명해 주신다면?  
대표 펀드 6개 모두 같은 롱숏펀드 전략이 기본이다. 그 안에서 세부 전략은 너무나 다양하게 구사한다. 다른 자산운용사와 다른 점이 아주 많은 종목에 투자한다. 평균 300종목 정도다. 최근 200종목 정도로 줄였다. 기본적으로 30개에서 50개 종목을 수천억원 운용하는 롱온리(long only) 하우스 대비 종목 분석에 대한 깊이는 떨어진다. 대신 전체적인 시장의 분위기나 색깔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주도 섹터의 경우에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용어사전롱숏펀드

주식 운용 시 주가의 상승이나 하락과 관계없이 ‘롱숏전략(long short strategy)’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숏·short) 수익을 낸다. 전략을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시장의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전략이다.

안정적인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용 초기에는 반대였다고?  
초기에는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변동성이 너무 커지는 바람에 4000억원 수탁고가 2년 만에 5분의 1 수준인 700억원대로 쪼그라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3300억원 정도로 회복) 이후 BBAS(Billionfold Book Allocation System)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니저들이 흔들리는 초입 국면에 회사가 개입을 해서 포지션을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기준이 아주 엄격하다. 아마 국내 운용사 중 가장 타이트할 거다. 대표매니저인 나도 최고점에서 수익률이 1.2%만 떨어져도 회사가 개입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시장 색깔에 기민하다고 하셨다. 올해는 어떤 색일까.
약세장일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연간으로 봤을 때 지수 자체는 플러스일 것 같다. 하지만 높이 올라가기에는 2023년에 오른 폭이 과하다. 나스닥도, 코스피도 금리 인하 등 호재를 미리 반영했다. 결국 ‘바이더 딥’(Buy the Dip: 주가 하락 시 저가 매수)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 같다. 한번 출렁거릴 때 사야만 먹을 수 있는 장세다. 연간 내내 주식을 풀(Full)로 들고 있으면 재미가 없을 거다. 대신 한 번씩 떨어져 기회를 주는 시장일 것 같다.
투자 전략 중 하나로 각 국면에서 주도주를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주도주는 어떻게 찾나.
주도주는 세상이 변화를 이끄는 섹터에서 시세가 좋은 주식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미 남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식이 주도주다. 완전 바닥에서 발굴해서 가지고 있는 건 주도주 투자가 아니다. 주도주를 발굴하는 건 결국 ‘스토리’다. 시장을 설득할 논리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다. 대신 올라갈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분석의 영역이고 매니저의 역량이다. 예컨대 하이닉스가 지난 한 해 80% 가까이 올랐다. 40% 오를 때 주도주였다. 그때 40%를 더 오를지 말지를 판단하고 투자하는 게 매니저의 역량이다. 
올해 주도주는 어느 섹터에서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