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1억 오타니 1486억 이정후…‘우주적 몸값’ 뒤 숨은 키워드

  • 카드 발행 일시2023.12.28

프로야구에서 경기가 없는 겨울을 ‘스토브 시즌’이라 부릅니다. 열광적인 야구팬들이 야구장 대신 따뜻한 난롯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시기입니다. 올해 스토브 리그는 따뜻하다 못해 찜질방처럼 뜨겁습니다. 매일 대형 계약 소식이 쏟아지고 있고, 규모도 역대급입니다.

도대체 왜 이번 FA 시장은 속된 말로 미쳐 돌아가는 걸까요. 송재우 해설위원과 함께 메이저리그(MLB) 시장이 달아오른 이유를 살펴봅니다.

돈 잘 버는 MLB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MLB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꾸준히 상승한 건 아니다. 2003년 빅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237만 달러(약 31억원)였다. 이듬해엔 231만 달러(30억원)로 떨어졌지만 이후 13년 연속 늘어났다. 2018·2019년엔 하락, 2020년 반등, 2021년엔 다시 떨어지다 2022시즌엔 다시 올라갔다. 올해는 역대 최고치(490만 달러·64억원)를 찍었다. 내년엔 500만 달러대에 진입할 게 유력하다.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미국 내 경제 위기 상황도 크지 않기 때문에 연봉이 우상향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까지 가파르게 오르던 선수 연봉이 잠시나마 하락한 건 구단들이 위기 의식을 느껴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과도한 인건비 지출을 막기 위해 사치세 제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메이저리거들의 평균 연봉 상승 기조가 멈춘 건 과도한 인건비 지출에 대한 구단들의 경계심 때문이다. 대신 이러한 분위기는 확실히 검증을 마친 특급 FA에게 더 큰 돈을 몰아주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USA투데이=연합뉴스

2010년대 중반 이후 메이저리거들의 평균 연봉 상승 기조가 멈춘 건 과도한 인건비 지출에 대한 구단들의 경계심 때문이다. 대신 이러한 분위기는 확실히 검증을 마친 특급 FA에게 더 큰 돈을 몰아주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그러자 선수 입장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대형 FA에게 돈을 몰아준 것이다. MLB는 3년차까진 최저 연봉 수준의 돈을 받고,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이 생겨야 조금씩 늘어나는 시스템이다. 과거엔 스타급은 아니어도 경력이 있고 팀에서 필요한 선수라면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속칭 ‘보험용’ 선수도 나쁘지 않은 계약을 이끌어내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베테랑보다는 몸값이 낮은 신인 선수들을 빨리 끌어올리는 분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