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조새’ 김일성 공룡부심, 공룡낙원 찾아 뒤집은 이 남자

  • 카드 발행 일시2023.12.28

더 헤리티지: 번외편⑤ 공룡 연구 30년 임종덕 천연기념물센터장

7000만 년 됐습니다.

마치 수술대 같은 하얀 테이블 위의 거대한 머리뼈를 가리키며 임종덕(55·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 천연기념물센터장이 말했다. ‘6년근 홍삼’처럼 무심한 말투였다. 100년도 가늠키 어려운데, 7000만 년이라니. 세밑에 한 해를 아득하게 곱씹는 2023년의 호모 사피엔스로선 짐작조차 버거운 세월이다.

지층 겹겹으로 묻힌 시간이 무색하게 날카로운 이빨까지 생생했다. 이 뼈의 주인공은 중생대 백악기 육식 공룡 타르보사우루스(일명 T.바타르). 2015년 국내 밀반입됐다 검찰에 적발된 몽골 공룡 화석으로 전체 골격 약 80%가 보존된 귀한 표본이다. 2017년 몽골 측에 돌려주는 협정이 체결됐지만 이후 양국 합의하에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몽골 고생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해오고 있다. 반환 단계에서부터 공동 연구를 제안해 현재도 이끌고 있는 이가 임종덕 센터장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임종덕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이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상설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마·진돗개·삽살개 등 전시된 표본이 모두 진품이다. 폐사 처리된 동물을 종의 특성과 행동 양태 등을 섬세하게 반영해 박제 전시한다. 전민규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임종덕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이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상설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마·진돗개·삽살개 등 전시된 표본이 모두 진품이다. 폐사 처리된 동물을 종의 특성과 행동 양태 등을 섬세하게 반영해 박제 전시한다. 전민규 기자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지만 하나만 꼽으면 ‘공룡 박사’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반도 공룡 화석 연구에 매진한 지 30년. 세계 최고의 보존율을 자랑하는 브라키오사우루스 발굴, 세계 최초 육식 공룡 구애 흔적 발견, 국내 최초 익룡뼈 학계 보고 등 ‘최초’ ‘최고’ 성과가 즐비하다. 그가 펴낸 어린이·청소년용 공룡책에 빠져 훗날 관련 분야 연구자로 성장한 이가 부지기수다. 2007년 출범한 천연기념물센터(대전시 서구)를 통해 국내 자연유산의 인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현재 센터에선 ‘지질유산 연구, 3인(人) 3색(色)’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2024년 4월 12일까지). 각각 공룡 화석, 해양지질학 등을 연구하며 문화재위원을 지낸 백인성 부경대 명예교수, 우경식 강원대 명예교수, 이광춘 상지대 명예교수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기증 자료를 전시했다. 혹시 들른다면 기획전과 별도로 연 13만 명이 방문하는 상설전시장도 꼭 방문하시라. 인터뷰차 처음 가본 기자는 동심으로 돌아가 온갖 동물 박제와 골격 표본, 공룡 화석,털매머드 표본을 휘둥그레 둘러봤다. 이곳에 복제품은 없다. 갖은 포즈와 표정의 표본들이 100% 진품이다.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보존 처리 중인 중생대 백악기 육식 공룡 타르보사우루스(일명 T.바타르)의 머리뼈 화석. 2015년 국내 밀반입됐다 검찰에 적발된 몽골 공룡 화석의 일부다. 전민규 기자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보존 처리 중인 중생대 백악기 육식 공룡 타르보사우루스(일명 T.바타르)의 머리뼈 화석. 2015년 국내 밀반입됐다 검찰에 적발된 몽골 공룡 화석의 일부다.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