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광 부인 ‘턱’에 술렁였다, 그 턱 만진 남자의 희열

  • 카드 발행 일시2023.12.19
영화 특수분장업체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애플티비플러스 '닥터브레인'에 사용된 뇌과학 연구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영화 특수분장업체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 애플티비플러스 '닥터브레인'에 사용된 뇌과학 연구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 돌파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개봉 2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849만 명을 기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 중 시리즈가 아닌 작품으로 8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이 영화가 뜻밖에 주목받은 요소는 주인공 전두광의 민머리 분장이었다. 배우 황정민을 철저히 지우고 새롭게 태어난 모습에 관객들은 ‘전두환이 살아돌아온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의 봄’ 특수분장을 담당한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47) 대표는 “실제 인물을 똑같이 재현하기보다는 캐리커처같이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그를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12월 12일이었다. 황 대표는 “역사적인 날짜에 인터뷰를 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며 “그간 힘들었던 한국 영화 시장에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민머리는 매번 3시간에 달하는 특수분장을 통해 탄생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민머리는 매번 3시간에 달하는 특수분장을 통해 탄생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용어사전📌일러두기

 1. 뭐 하는 사람
. 특수분장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의 황효균(47) 대표

2. 왜 인터뷰
. 영화 '서울의 봄'의 분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듣기 위해.

3. 경력 및 업적
.부산대학교 미술학 학사
. 특수분장 참여작품
. 2023년: '길복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문' '밀수' '비공식작전' '드림' '대외비' '유령' '압꾸정' '킬링 로맨스'
. 2022년: '외계+인 1부' '헌트' '헤어질 결심' '마녀 파트2' '브로커' '경관의 피' '앵커'
. 2021년: '인질' '모가디슈' '서복'
. 2020년: '콜' '오케이 마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오!문희' '반도' '#살아있다' '클로젯' '남산의 부장들'
. 2019년: '백두산' '낙원의 밤' '시동' '나쁜 녀석들' '봉오동 전투' '엑시트' '비스트' '기생충' '악인전' '돈' '악질경찰' '사바하' '뺑반' '극한직업' '말모이'
. 2018년: '암수살인' '안시성' '명당' '협상' '공작' '물괴' '상류사회' '신과함께-인과연' '독전' '마녀' '골든슬럼버' '염력' '그것만이 내 세상'
. 2017년: '1987' '신과함께-죄와 벌' '강철비' '미옥' '택시운전사' '군함도' '옥자' '석조저택 살인사건' '하루' '대립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보안관' '조작된 도시' '공조'
. 2016년: '마스터' '판도라' '미씽: 사라진 여자' '럭키' '아수라' '인천상륙작전' '밀정' '터널' '부산행' '비밀은 없다' '아가씨' '곡성' '탐정 홍길동' '해어화' '검사외전'
. 2015년:  '내부자들' '대호' '히말라야' '검은 세자들' '베테랑' '암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무뢰한' '살인의뢰'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강남 1970' '허삼관'
. 2014년: '국제시장' '마담 뺑덕' '해무' '군도: 민란의 시대' '황제를 위하여' '우는 남자' '끝까지 간다' '역린' '남자가 사랑할 때' '우아한 거짓말'
. 2013년: '친구2' '용의자' '동창생'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관상' '감기' '미스터 고' '감시자들' '더 웹툰: 예고살인' '신세계' '베를린'
. 2012년: '늑대소년' '회사원' '광해, 왕이 된 남자' '도둑들' '연가시' '후궁: 제왕의 첩' '인류멸망보고서' '범죄와의 전쟁'

4. 이 인터뷰를 읽어야 할 사람
. 영화 '서울의 봄'을 흥미롭게 봤다면.

. 특수분장 산업이 궁금하다면.
. 영화 제작의 뒷얘기를 알고 싶다면.

📌셀 스튜디오는 어떤 회사?

영화 특수분장 업체 '셀'의 황효균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영화 특수분장 업체 '셀'의 황효균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전민규 기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사람 손, 피 흘리는 동물 사체(모형)를 지나 황효균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앞으로 1년간 극장가 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등장할 한국 콘텐트의 화면 밖 모습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한창 촬영 중이기에 절대 공개돼서는 안 되는 신작의 괴물 모형 등이 제작되고 있었다. 3층에는 최근 촬영을 마친 각종 좀비와 시체 더미(인형), 가짜 총과 무기가 가득했다.

셀 스튜디오는 한때 같은 특수분장 회사에 다녔던 황효균 대표와 곽태용 대표가 의기투합해 지난 2003년 설립했다. 20여년의 세월을 지나며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이 특수분장업체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선택지가 됐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김용화, 나홍진 등이 셀의 단골이다. ‘부산행’과 ‘킹덤’ 속 다양한 좀비, ‘옥자’의 돼지 옥자를 비롯, ‘달콤한 인생’ 속 시체 더미나, ‘남산의 부장들’의 박정희 대통령 분장, ‘인류멸망보고서’의 로봇 캐릭터까지 모두 셀의 작품이다.

처음에 ‘서울의 봄’ 참여를 거절했다고 들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아무래도 전두광이 주인공이다 보니 등장 횟수도 많고, 클로즈업이 많이 들어간다. 분장이 티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됐다. 김성수 감독님은 황정민 배우를 역사적 인물로 똑같이 재현하기보다는 특징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초상화가 아닌 캐리커처다. 그런데 민머리 분장은 절대로 쉬운 작업이 아니다. 노인 분장은 주름 패치를 연결하는 이음새를 주름으로 가릴 수 있다. 그러면 경계가 안 보이도록 시선을 분산할 수 있는데, 민머리는 밋밋한 부분을 표현해야 하므로 이음새를 가리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컸다.  
황효균 대표는 전두광의 민머리는 옆 또는 뒤에서 봐도 숱이 적고 모발이 얇아 보이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황효균 대표는 전두광의 민머리는 옆 또는 뒤에서 봐도 숱이 적고 모발이 얇아 보이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황정민은 안 보이고 전두광 그 자체였다’는 평이 많다.  
많은 시안을 거친 뒤 완성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배우의 머리를 밀자는 얘기를 했는데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 아침에 머리를 밀면 저녁에 모근이 자라 까맣게 올라온다. 그리고 민머리 분들은 머리 앞쪽만 빠진 게 아니고 모근이 얇아지면서 숱이 그라데이션으로 없어지면서 두피가 보인다. 뒷모습만 봐도 ‘이 사람 대머리구나’ 싶다. 전두광도 화면에 뒷모습이 잡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염두에 뒀다. 아울러, 황정민 배우는 대사할 때 눈썹이 위아래로 굉장히 많이 움직인다. 이마 주름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서너 번의 테스트를 거친 뒤 분장된 모습을 큰 영상으로 틀어 놓고 장단점을 비교해 전두광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