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르자브종’이 구원했다…펫로스 증후군 앓던 선생님에 생긴 일

  • 카드 발행 일시2023.12.15

펫 톡톡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스러운 반려견 리프(믹스견·암컷·7살)와 베넷(믹스견·암컷·2살)과 함께 사는 최진희라고 해요. 자칭 맏언니입니다. 경기도 파주 문산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음악 선생님이기도 하고요.
리프와의 첫 만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키웠던 제 첫 반려견 쥬디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펫 로스 증후군(키우던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우울증)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한 유기동물 민간 구조단체의 SNS에서 쥬디와 너무나 닮은 강아지 사진을 보게 되었지요. 사진 속 글에는 ‘임시 보호 중’이라고 쓰여 있었죠. 저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지만, ‘#평생 가족을 찾아요’라고 적힌 해시태그를 믿고 리프를 입양하기 위해 임시 보호자를 찾아갔죠.

베넷과 리프(왼쪽부터).

베넷과 리프(왼쪽부터).

그렇게 만난 리프는 소심하고 아주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어요. 임시 보호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았죠. 리프는 갓 태어난 형제들과 함께 파주 문산천에 버려졌다가 구조됐다고 해요. 다른 형제들은 모두 새로운 가족을 만나 단체를 떠났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이 혼자 남겨지게 된 거죠. 게다가 겁까지 많아 더 움츠러든 것 같았어요.

리프의 과거(2017년·오른쪽)와 현재.

리프의 과거(2017년·오른쪽)와 현재.

리프의 입양 심사 인터뷰는 세 차례나 이어졌고, 임시 보호자의 꼼꼼한 입양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임시 보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어요. 더욱이 한 가족이 된 리프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리프와 같은 처지의 유기견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결국 저는 임시 보호자 역할을 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5년 동안 플러피·달래·로하·설기·새봄·가을·요미·노이·뚜띠·마야·새순·하나·제리·열매 등 15마리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며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했답니다.

베넷의 과거(2021년·오른쪽)와 현재.

베넷의 과거(2021년·오른쪽)와 현재.

우리 막내인 베넷도 처음에는 제가 임시 보호하던 강아지였어요. 베넷은 얼굴도 귀엽고 성격도 온순한데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1년 동안이나 입양이 되지 않았어요. 베넷이 우리 집에서 하숙생(?)으로 지내는 동안 저와 리프는 정이 들 대로 들어버렸고, 결국 함께 계속 살기로 했죠. 제가 5년 동안 임시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정한 원칙이 하나 있어요. 우리 집으로 오는 강아지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리프를 포함해 두 마리만 돌보는 것이었죠. 그 덕분에 베넷이 저의 마지막 임시 보호견이 된 거지요. 이제는 다른 유기견들을 도울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리프·베넷과 평생 함께 사랑하며 사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행복한 우리 가족의 모습.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펫톡톡 팀이 도와주세요.

리프와 베넷의 맏언니 드림.

 진희씨가 임시 보호 활동을 시작하게 만든 리프, 5년 동안의 활동을 끝낼 수밖에 없게 만든 베넷. 두 아이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이들이 사는 의정부 집으로 향했습니다. 음악 선생님의 집답게 은은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는 있는데, 집 안의 상태는 폭풍을 맞은 듯 보입니다. 찢긴 벽지와 가구 등 그동안 거쳐 간 하숙생들의 흔적이 구석구석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먼저 의정부에서 파주까지 출·퇴근하면서 리프와 베넷을 돌보는 일을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