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만 보면 기겁하죠?” 쪼꼬미 군밤이는 억울하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2.08

펫 톡톡

안녕하세요. 세상 단 하나뿐인 특별한 믹스견 뽀뽀쟁이 ‘군밤 (3살)’이의 가족 안지현이라고 합니다.
몇 해 전 겨울 보호소에서 강아지들이 죽어 나가는 장면을 TV로 보게 됐어요. 죽은 새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자루에 넣어 버리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충격적이라 펑펑 울었답니다. 운명이었을까요! 마침 이날 SNS에서 강원도 화천의 한 보호소에 있는 새끼 강아지 6남매의 게시물을 보게 됐어요. 추운 겨울날 온몸에 서리를 맞은 채 떨고 있는 아이의 사진에 TV에서 본 그 장면이 겹쳐졌지요. 곧바로 남편을 설득했고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지요. 그렇게 만나게 된 녀석이 군밤이에요.

안지현씨와 반려견 '군밤'

안지현씨와 반려견 '군밤'

추운 날씨에 서리를 맞은 채 떨고 있는 군밤이. 구조했을 당시 모습이다. 사진 안지현

추운 날씨에 서리를 맞은 채 떨고 있는 군밤이. 구조했을 당시 모습이다. 사진 안지현

군밤이를 만나기 전 저는 ‘깜둥이’와 ‘참치’라는 반려견을 키웠는데, 깜둥이는 2018년에 세상과 이별을 했어요. 그때 이후 홀로 남게 된 참치한테만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앞으로는 절대 새 가족을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죠. 사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밤이의 입양이 아닌 임시보호를 선택했던 거죠.

사연의 주인공 '군밤'이.

사연의 주인공 '군밤'이.

이 같은 결정을 하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터줏대감 노견 참치(17살)에게 ‘어린 녀석이 귀찮게 굴면 어떡하지?’ ‘참치보다 덩치가 커져서 혹시라도 괴롭히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웬 걸요. 우려와 다르게 군밤이는 참치를 너무 좋아해서 다른 의미로 귀찮게 굴고 괴롭혔어요. 참치 형만 봤다 하면 폭풍 뽀뽀를 날려줬거든요. 하하.

안지현씨의 반려견 '참치'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군밤이와 함께한 모습. 사진 안지현

안지현씨의 반려견 '참치'의 열일곱 번째 생일에 군밤이와 함께한 모습. 사진 안지현

 3개월의 임시보호 기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마침 군밤이는 미국으로 입양이 결정돼 출국 일까지 잡히게 됐어요. 하지만 이미 군밤이는 우리 가족의 마음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막상 먼 나라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못 보내겠더라고요. 그래서 구조자님과 상의 끝에 미국 입양을 취소했고, 결국 우리 가족이 됐답니다.

엄마 안지현씨와 아빠 김범진씨. 군밤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엄마 안지현씨와 아빠 김범진씨. 군밤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지난 8월 오래 살아 줄 것 같았던 참치가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어요. 또 한번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닥쳐왔지요. 우리 부부는 형의 빈자리 때문에 군밤이가 혹시 우울해 하지는 않을까 제일 마음이 쓰였답니다. 그래서 슬픔은 잠시 가슴에 묻어 둔 채 군밤이와 하루에 두 번 꼭 산책을 다니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