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2월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국무총리직을 사퇴했다. 4년6개월 전 총리에 취임한 뒤 쉴 새 없이 달려오다 보니 육체적으로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평양 방문과 유신체제의 출범, 평화통일외교정책 선언, 김대중씨 납치사건,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 등 수많은 일을 헤쳐 왔다. 정치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특유의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 분할 통치)’ 통치술로 나를 힘들게 했다. 대통령의 친위부대들로 하여금 나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