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쪽팔려 살 수가 없다” PC 속 ‘가짜 재벌남’의 유서

  • 카드 발행 일시2023.11.28

냉장고에는 달걀 하나 없이 라면과 햇반 서너 개가 들어 있었다.
냉장보관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식품이 냉장고에 들어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먹다 남은 생수 한 병 외에 뭔가 먹었으리라 싶은 식품은 발견할 수 없었다.

주방에는 전자레인지와 작은 냄비 하나.
밥솥은 물론이고 프라이팬 하나도 없었다. 젊은 남성이 혼자 사는 집이 대개 그렇다.
정말 단출한 살림이었다.
다세대 원룸형 주택인데, 현관문을 열면 작은 주방이 있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방이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오른편엔 욕실 겸 화장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매트리스 하나와 컴퓨터가 놓인 책상, 그리고 옷을 걸어놓는 행거가 전부였다. 옷도 많지 않았다. 방 안에서만 있었나 싶을 만큼 사계절을 지내기엔 턱없는 종류에 가짓수였고, 방에서 뭘 해 먹은 흔적이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살던 사람인지가 짐작이 안 갔다.

고인은 30대 초반의 남자다.
유가족이 의뢰를 했지만, 가족들도 그가 뭘 하고 살았는지를 잘 모르는 눈치였다.
생각보다 가족간에도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고 남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꽤 많다.

유가족에게 들은 정보가 없으니 고인이 살아생전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유품이랄 것이 없었다. 직업을 추측할 만한 복장이나 장비도 없었다.

그의 흔적을 더듬어볼 만한 물건이나 메모조차 없었다.
가족이 먼저 치워놓고 의뢰한 것인지, 고인의 살아생전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사인도 알 수 없었다.
시신은 2주 이상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려는 계절이었다.
초여름. 슬슬 땀이 배기 시작하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