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족산 맨발길에 180억 썼다…‘잡놈’ 소주 회장님의 광기

  • 카드 발행 일시2023.11.28

“저는 잡놈으로 살았어요. 잡놈이 뭐냐면, 요즘으로 치면 융합형 인간이죠. 20대에 대기업 다니다가 30대에 ‘700-5425’ 벨소리 회사 창업하고, 40대엔 소주 회사 인수해서 소주 만들어 팔고, 20년간 마라톤에 미쳐 달리고. 60대 중반인 지금은 계족산 황톳길 작업반장을 하고 있지요. 하핳핳하. 저는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일은 안 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죠. 그래야 미치도록 할 수 있잖아요. 한번 사는 인생 나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면 안 되잖아요. 히힣힣히.”

조웅래 맥키스 회장이 21일 대전 계족산성 황토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조웅래 맥키스 회장이 21일 대전 계족산성 황토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핳핳하’ ‘허헣헣허’ ‘히힣힣히.’ 지난 21일 조웅래(64) 맥키스컴퍼니 회장과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세 시간 걷고, 두 차례 ‘소주 인터뷰’를 곁들이는 일곱 시간 동안 이런 희한하면서도 유쾌한 웃음소리를 10분에 한 번꼴로 들은 것 같다. 하이톤의 칼칼한 웃음소리가 속사포처럼 터져나왔다. 2006년 느닷없이 계족산 임도 14.5㎞에 황토를 깔아 전국 최초의 ‘맨발 길’을 만든 그는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웃음 전도사였다.

올해 라이프 트렌드를 꼽자면 맨발걷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만큼 폭발적이었다. 전국에 맨발걷기 황톳길이 깔렸고, 아파트 근처 야트막한 산은 ‘신발 신은 사람보다 안 신은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맨발걷기는 느닷없이 생긴 풍조는 아니지만, 이전까진 별난 사람들의 별난 취미 정도로 여겼다. 그러던 맨발걷기가 대중적으로 확산한 이유는 ‘맨발로 걷고 나서 병이 나았다’는 구전(口傳)이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17년 전에 맨발걷기 황톳길을 조성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맨발로 걸으면 ‘암이 치유된다’거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어싱(Earthing, 접지)이 돼서 병이 낫는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그것에 대해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몸빵이 최고’라는 겁니다. ‘내가 걸어 보니 좋더라’ 그거면 된 거지요, 맨발로 걷는다고 해서 누구한테 피해를 주거나 돈이 들거나 하지 않잖습니까. 각자 몸이 하라는 대로 판단해 따르는 거지요. 자꾸 효능이 있냐 없냐 따지는데, 몸이 반응하면 그게 가장 좋은 거라고 봅니다.”

지난 21일,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오후의 볕이 가득 든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걷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1일,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오후의 볕이 가득 든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걷고 있다. 장진영 기자

어싱은 맨발로 지구와 접촉한다는 뜻으로 ‘음전하 상태인 지표면에 양전하 상태인 인간의 몸을 접촉한다’는 뜻이다. 일부는 이를 통해 몸의 활성산소 등이 줄어 병이 낫는다고 한다. 반면에 아직 근거가 부족한 ‘유사의학’이란 시각도 상당하다.

계족산은 겨울에도 맨발 계속

 선양소주를 제조하는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 계족산 황톳길에서 그는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인이다. 장진영 기자

선양소주를 제조하는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 계족산 황톳길에서 그는 연예인 못지 않은 유명인이다. 장진영 기자

이날 계족산의 날씨는 최저 0도, 최고기온 10도를 웃돌았다. 황톳길에 들어선 오전 11시쯤은 영상 10도에 가까웠다. 초겨울 날씨치곤 따뜻한 편이었지만, 황톳길이 시작되는 장동산림욕장 입구는 그늘이 져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 조 회장은 “이 정도 날씨는 문제없다”며 먼저 양발을 벗고 바짓단을 걷어붙였다. 맨발로 걷는 이들 중엔 겨울에도 맨발걷기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가 많다. 그의 솔루션은 의외로 간단했다.

“영상 3~4도만 돼도 괜찮아요. 물론 땅이 얼어있으면 곤란하겠죠. 여긴(장동산림욕장 부근 둘레길 초입) 그늘이 져서 조금 차가운데, 여기만 벗어나면 볕이 나는 구간이 나옵니다. 벚나무 사이로 볕이 들기 시작하면 금방 괜찮아져요. 저는 봄·여름·가을엔 매일 오전 5시에 나와서 걷고, 요즘 같은 때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해가 황톳길을 비춰 땅이 온기를 머금을 때 걷기를 시작합니다. 그늘진 곳을 걸을 땐 살짝 차갑다고 느껴지지만, 볕 나온 데로 가면 발바닥이 사르르 녹으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한번 걸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