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죽을병도 아니잖아” 그녀 바꾼 심야 병실의 마법

  • 카드 발행 일시2023.11.24

암 환자를 돌보는 한의사의 이야기인 〈김은혜의 살아내다〉를 연재합니다. 암 환자가 한의사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합니다. 항암 치료 사이의 공백 기간에 집에만 있는 것이 불안해 의사와 한의사의 협진 관리를 받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고, 부작용이나 암 때문에 발생한 증상을 협진과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치료로 보조적 관리를 받기 위해 오는 때도 있습니다.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두려움에 대한 위안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은혜 한의사가 겪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이 글에 담았습니다.

3명 이상이 모이면 작은 사회나 다를 바 없다는 말처럼 크지 않은 작은 방에 대여섯 명이 모인 병실에선 사회에서 겪는 웬만한 사건들이 대부분 일어난다. 더구나 암 병동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감이 떠나지 않는 곳이다.

어느 날, 병실에서 갑자기 낯선 목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파서 내 돈 내고 들어온 곳인데, 왜 당신한테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죽는 소리도 하루 이틀이고!”

병실에 가보니 안면 마비로 입원하신 환자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상황을 들어 보니 그날이 환자의 얼굴 마비가 영구 후유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소견을 들은 날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병실에서 하소연을 했는데, 그 와중에 내가 맡은 환자가 ‘그래도 당신은 죽을병이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가 쌓여 있던 앙금이 터진 것이었다. 하필 병상이 꽉 차 대기하고 있던 환자를 배정하다 보니 질환이 섞여서 병동이 돌아가고 있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