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이후락 그 자가…” 박정희 분노케한 ‘DJ 납치’ (56)

  • 카드 발행 일시2023.11.24

국무총리 시절인 1973년 8월 초 나는 농수산부 장관과 전국의 목장을 둘러보며 낙농 실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8일 늦은 오후, 부산에 머무르고 있는데 황인성 총리실 비서실장(1926~2010·육사 4기·훗날 국무총리)이 전화했다. “김대중씨가 일본 도쿄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는 보고였다. 72년 10월 유신 선포 이후 김대중씨가 미국과 일본을 돌아다니며 유신체제 반대 운동을 하고 한민통(韓民統:한국민주통일연합)이라는 반정부 조직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날 오후 김정렴(1924~2020)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

나는 걱정이 됐다. 만일 한국의 공권력이 백주 대낮에 도쿄에서 사람을 납치했다면 주권국가인 일본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국교 단절과 같은 심각한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었다.
김대중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8월 13일 밤 또 연락이 왔다. 충남 서산 일대 목장을 둘러보고 느지막이 온양관광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였다. 밤 11시, 자고 있는데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건 추이를 따라가면서 수시로 내게 보고하던 황인성 실장이었다. “8일 행방불명됐던 김대중씨가 서울 동교동 자택에 나타나 지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