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에 ‘정신병동’ 판 간호사 “당신도 디지털 건물주 될 수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21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는 한국 영상 콘텐트 생태계의 오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통 흐름은 아래와 같다:

①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한국 웹툰ㆍ웹소설 판에서 ②작품성 혹은 인기가 검증된 작품 선정 ③한류 초창기부터 충무로 혹은 유선채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인력의 등판 ④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독점 혹은 동시 공개.

올해만 해도 ‘무빙’ ‘마스크걸’ ‘이두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번 생도 잘 부탁해’ ‘D.P.2’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 무수한 웹툰·웹소설 원작 콘텐트가 이 공식대로 쏟아졌다. 원작이 없는 드라마·영화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주인공 정다은을 연기한 박보영.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의 극본은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 드라마 '눈이부시게',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의 이남규 작가가 집필했다.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이 맡아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전개를 보여준다. 사진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주인공 정다은을 연기한 박보영.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의 극본은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 드라마 '눈이부시게',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의 이남규 작가가 집필했다. 연출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이 맡아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전개를 보여준다. 사진 넷플릭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 아마추어의 웹툰·웹소설이 각광받는 것도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웹소설 작가는 약 20만 명(2022년 기준·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추산), 웹툰 작가는 7400여 명(2020년 기준·플랫폼노동자공제회 추산)에 달한다. 다양한 직업군의 작가가 유입돼 ‘이중생활’로 얻게 되는 보람과 수익을 창작의 동력 삼아 산업을 키우고 있다.

‘정신병동’ 원작 웹툰을 그리고 쓴 이라하 작가도 이 중 하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병동에서 6년간 근무한 간호사로 2017년 데뷔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병원 생활을 하던 간호사는 왜 웹툰 창작에 도전했을까.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중앙일보 사무실에서 이라하 작가를 만나 데뷔 과정과 커리어 전환에 관해 물었다. 그는 “웹툰·웹소설은 위험 부담이 적어 직장인이 도전하기 좋은 분야”라며 현실적인 ‘꿀팁’을 쏟아냈다.

용어사전📌일러두기

 ※이라하 작가는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실명과 얼굴, 상세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전업 작가지만 과거 담당한 환자가 혹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필명은 어머니의 성과 이름을 찾던 시점에 여동생과 보고 있던 영화 ‘라라랜드’, 그리고 실명 중 한 글자를 조합해 만들었다.

1. 뭐 하는 사람
웹툰ㆍ웹소설 작가.

2. 왜 인터뷰
화제의 드라마 원작을 그리게 된 과정과 커리어 전환 성공 비법을 묻기 위해.

3. 경력ㆍ대표작
전직 간호사. 대학병원 정신병동에서 6년 근무.
2017년 웹툰 플랫폼 저스툰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연재하면서 데뷔.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를 계기로 네이버 시리즈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외전 연재 중.
문피아에 의학 회귀 웹소설 ‘환생신의’ 연재 중.

4. 이 인터뷰를 읽어야 하는 사람
현재 웹툰ㆍ웹소설 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원작이 궁금하다면.
정신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

‘정신병동’은 어떻게 그리게 된 것인지.
간호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2016년 6월부터 정말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그중 국비 지원 웹툰 작가 교육 프로그램에서 당시 공을 들이던 습작은 연쇄살인마가 나오는 추적 스릴러 웹툰이었다. 그런데 주변 평가가 일관되게 ‘너무 재미없다’였다. 왜 재미없다고 하는지 그땐 정말 모르겠더라. 그러던 차에 교육 쉬는 시간에 정신 보건에 대한 교육 만화를 구상했는데, 이게 반응이 괜찮은 것이다. 내용은 ‘나는 정신과 간호사인데, 사람들이 우울하면 약을 먹으러 왔으면 좋겠어’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바로 작품이 나왔나.
아니다. 원래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 아니고 훈련이 안 돼 있으니까. 선생님이 ‘그림 진짜 못 그린다. 10년 정도 연습해야 데뷔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하셨을 정도다. 난 그 말을 듣고 좋았다. 10년 하면 된다는 말 아닌가. 40대 후반부터 웹툰 작가로 살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파트타임, 간호조무사 학원 강사 등으로 일하며 즐겁게 수업을 들었다. 따로 과외까지 받았다.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에 그림판으로 그린 작품을 올리면서 연재 준비반에 들어갔지만, 작가용 프로그램(클럽스튜디오)을 잘 다룰 줄 몰라 초급자를 위한 수업도 다시 들었다. 그 정도로 준비가 안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