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옹기가 김치맛 살렸다, 제주 ‘고양이 흙’의 마법

  • 카드 발행 일시2023.11.15

“내가 제주옹기에 빠진 90분” 

지난 11일 아내와 함께 집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제주시 해안동 ‘옹기 카페’(담화헌)를 찾았다. 중등교원인 아내는 며칠 전 이곳에서 열린 ‘옹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옹기만들기 체험은 제주도교육청 주관으로 교원을 상대로 진행했다. 아내는 “90분간 제주 옹기 1개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는 제주 옹기를 만들며 느꼈던 감흥을 남편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카페 안에는 체험 행사 참가자나 작가가 만든 옹기 수십 개가 전시돼 있었다. 제주에는 이런 옹기 카페가 곳곳에 있다.

물허벅으로 유명한 제주 ‘옹기’

제주 옹기카페 '담화헌'을 운영하는 강승철 제주도 도자공예 명장과 교육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만든 제주옹기. 최충일 기자

제주 옹기카페 '담화헌'을 운영하는 강승철 제주도 도자공예 명장과 교육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만든 제주옹기. 최충일 기자

‘옹기’는 질그릇(土器)과 오지그릇(陶器)을 통칭한다. 질그릇은 잿물을 입히지 않고 구워 겉면이 고르지 않고 윤기가 없는 게 특징이다. 반면에 오지그릇은 잿물(오짓물)을 입혀서 구워낸 토기다. 한자로 ‘瓮(옹)’ 또는‘甕(옹)’이라 쓰며 영어로는 ‘Onggi’로 표기한다.

옹기는 과거 제주인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 도민은 옹기를 주요 생활 도구로 썼다. 음식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육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제주에서 옹기 쓰임새는 훨씬 다양하다.

제주 아낙네가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는 물허벅도 옹기다. 허벅은 배(몸체) 부분이 부르고 둥글며 부리는 좁게 만들었다. 식수가 부족한 지역 특성상 물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뿐이 아니다. 옹기는 민요를 부를 때 두드리는 악기로도 사용했다. 제주민요에 허벅이 자주 등장한다. 또 옹기에는 제주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가 스며 있다. 옹기 재료로 쓰이는 흙도 육지와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옹기란 단어 앞에는 반드시 ‘제주’가 붙는다. 이번에는 ‘제주와 옹기’ 이야기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