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도 사우디 성장 추락…한국 ‘제2 중동 붐’ 헛물 켰나

  • 카드 발행 일시2023.11.13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원유값이 오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는 호황이다! 

국제원유 시장에서 영원한 ‘을(乙)’인 한국이라면 90% 정도 동의하는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023년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4.5%로 나타났다. 한 해 전 같은 기간과 견줘서다.

그 시기 국제유가(브렌트)는 가파르게 올랐다. 배럴당 70달러대에서 90달러대로 뛰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예상을 깨고 감산을 연장해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고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엔 복음이었다. 1973년 첫 오일쇼크 이후 유가 상승이 본격화했다. 달러 자금이 원유 수입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대거 흘러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뭉칫돈을 주체하지 못해 씨티 등 서방 은행에 대거 예치했다. 당시 월가 사람들이 특유의 재기를 발휘해 ‘오일 달러(oil dollar)’란 말을 만들었다.

이때 본격적으로 조성된 오일 달러는 원유 수입국→산유국→서방 금융회사→남미·동아시아 등으로 흘렀다. 요즘 이코노미스트가 쓰는 말로 ‘페트로달러 리사이클(Petrodollar Recycle)’이다.

고유가 시대인 1970년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 실물경제는 넘쳐나는 오일 달러 덕분에 호황을 구가했다. 1973년 24%대 그리고 이듬해인 1974년엔 16%대 성장률을 보였다. 이 시기 원유 수입국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른 2023년 3분기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무슨 사달이 난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건설 등으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한국이 헛물을 켜고 있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분석을 담당하는 이코노미스트를 인터뷰했다. 바로 글로벌 머니는 세계적인 경제정보회사인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랄프 비게르트 중동·북아프리카경제팀 리더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랄프 비게르트 이코노미스트. 사진 S&P글로벌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랄프 비게르트 이코노미스트. 사진 S&P글로벌

고유가 순간 사우디아라비아 경제 규모가 4.5%나 줄었다. 석유 왕국에 무슨 일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