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정말 무능한 인물일까…화폐정치학자 생각은 달랐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06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안티 인플레이션 십자군 전쟁(Anti-inflation Crusade)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1927~2019년)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자서전 『미스터 체어맨(Keeping at It)』에서 한 말이다.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 싸움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한 것이다.

볼커가 십자군 전쟁을 치른 뒤 40여 년이 흘렀다. 제롬 파월 현 Fed 의장이 2022년 3월 안티 인플레이션 십자군 전쟁을 시작했다. 6월에는 양적 긴축(QT)도 시작했다.

파월은 기준금리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11차례 인상했다. 연방기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에서 5.5%가 됐다. Fed가 보유한 미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1조 달러(약 1320조원)어치 팔았다. 그만큼 시중 달러가 Fed 금고로 흡수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은 2023년 9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은 2023년 9월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그리고 2023년 11월 1일 십자군 전쟁(기준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장기 채권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고 말했다.

파월의 말은 ‘미 장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뒤늦게 반응해 오르는 현상으로 긴축 효과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그의 말대로 시장금리가 높게 유지된다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월의 안티 인플레이션 십자군 전쟁이 일단락되는 셈이다.

사실 파월은 질시와 비판의 대상이다. 앨런 그린스펀-벤 버냉키-재닛 옐런 순으로 이어진 최근 Fed 의장은 경제 이론가 가운데 걸출한 인물이었다.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 폴 볼커(왼쪽부터)가 한자리에 모여 정책 결정 과정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볼커가 숨지기 3년 전인 2016년 4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 폴 볼커(왼쪽부터)가 한자리에 모여 정책 결정 과정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볼커가 숨지기 3년 전인 2016년 4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파월은 경제 전공자가 아니다. 법학을 공부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미국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상당수는 파월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곤 했다. 그때마다 질시가 엿보였다.

또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2021년 파월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의 무능을 질타하곤 했다. ‘선제적 대응’은 1980년 이후 Fed 의장들이 지켜온 게임의 룰이었다.

이런 룰을 지키지 않은 파월은 의무를 다하지 못해 무능한 인물로 질타받고 있다.

파월은 정말 무능한 인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