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한 번, 파업은 2년…세상에 이런 노조 한국에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11.03

2015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조종사의 연봉이 1억5000만원 안팎인 상황에서 5000만원가량 임금을 올려달라는 데, 회사가 응할 리 만무했다. 더욱이 조종사를 제외한 일반노조는 이미 1.9% 인상키로 회사와 합의하고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경영 여건상 조종사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데다 설령 받아들이면 직종 간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직원 간 위화감 조성 등 악영향이 우려됐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노동위원회의 중재과정까지 거쳤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조합원(조종사)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종사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 찬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흘렀다. 이렇게 되자 노조는 투표율을 높이려고 투표 기간을 연장했다. 그래도 투표율이 낮자 재차 늘렸다. 이런 방식으로 무려 세 차례나 투표 기간을 연장하며 조합원의 투표를 독려했다. 이렇게 해서 2016년 2월 파업 투표는 가결됐다. ‘가결될 때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