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조차 못한 걸 해줬다…암병동에 뜬 ‘전설의 환자’

  • 카드 발행 일시2023.10.25

저 같은 암환자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얼마나 살고 있나요?

환자분들로부터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같은 항암치료 받는 분 중 제 외래에서 가장 좋은 환자분으로는 9년 차로 접어드는 분이 있어요. 우리 병원 최고 기록은 15년째 치료받는 분이고요. 환자분은 지금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

그러면 환자분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 항암치료 받으며 절망에 빠져 있던 환자분은, 나도 그렇게 오래 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어느새 희망을 가득 품게 된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병을 진단받고 같은 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서 치료 효과가 좋아서 그렇게 오래 산 환자가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 있다는데, 당연히 힘이 나지 않겠는가.

의사에게는 누구에게나 치료 성적이 유난히 좋은 환자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환자분들이 있다. 9년째 표적항암제를 먹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폐암 환자. 면역항암제 8년 차에 접어드는 피부암 환자.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다가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고 잘 살아가고 있는 림프종 환자. 초등학생 아이가 중학생 되는 것까지만 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자녀가 고3이어서 입시 걱정을 하는 폐암 환자. 호스피스 상담하고 유서 다 써놓고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신약 임상시험에서 암이 싹 없어져서 8년째 무탈한 두경부암 환자.

이렇게 유난히 치료 결과가 좋은 환자들이 있으면 의사들은 학계에 보고를 한다. 학회장에 모여서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냐며 토론을 하고 서로 비결을 물어보고 알려준다. 그렇게 해서 좋은 방법을 얻어오면 내 환자에게 써먹는다. 동료 의사들에게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자랑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