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원 바나나도 이게 되네...'14억 인도'서 벌어진 일 [듣똑라 화폐유람단]

중앙일보

입력


요즘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이른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그것인데요.
듣똑라 김지아・이현 기자가 직접 세계 각국의 CBDC 발행 근황을 취재해왔습니다.


[내용]

이현 기자(이하 이) : 사실 인도에서는 십 년 전만 해도 거의 백 퍼센트 현금 결제만 되는 사회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그냥 몇백 원짜리 이런 거 음식 파는 노점상에게서도 QR로 전자결제가 다 돼요. 핸드폰만 있으면 다 결제가 되는 세상인데 이제는 또 그걸 지나서 디지털 화폐가 또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항상 스튜디오에 이렇게 상반신만 있는 모습 보여드렸는데 오늘 이렇게 다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네요. 지난달에 김지하 기자랑 같이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이야기했잖아요. 이야기하면서 CBDC 이미 사용해 보고 있는 나라, 또 그리고 뭐 도입 준비한 나라 이런 얘기들 했는데 직접 그 나라들을 가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한 번 취재해 보려고 합니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래서 WORLD 유닛이랑 ECONOMY 유닛이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 이름을 저희가 '화폐 유람단'이 라고 지었어요. 약간 유치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래서 이 우리 화폐 유람단의 첫 번째 목적지는 저희는 인도 뭄바이로 갈 거예요. 인도 중앙은행이 작년 말에 이 루피(e-rupee)라고 부르는 CBDC를 시험 사용을 시작했대요. 그래서 한 번 인도 현지에 가서 e-루피로 계산도 좀 해보고 먼저 써보면 또 어떤 것들이 보이는지 이야기도 한번 들어 보러 저희가 인도 뭄바이로 갑니다.

가는 여정이 좀 길어요. 아무튼 뭐 무사히 도착해서 인사드릴 수 있기를…

드디어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깨끗해 공항이. 이런 장식 같은 것들이 인도답네요.

인도가 촬영이 원만한 곳은 아니에요. 뭔가 그냥 카페 같은 데서도 촬영을 막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몸바이는 테러가 났었던 곳이라 그런지 이렇게 다 몸 수색하는 데가 있어요.

사실 뭄바이가 인도 여행 행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는 곳은 아니기는 해요. 그런데 왜 저희는 뭄바이로 왔느냐 하면 (인도에서) 경제로 가장 큰 도시거든요. 어느 도시에 돈이 제일 많이 몰리나 이걸 보려면 아주 뭐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나라의 증권 거래소가 어느 도시에 있나 보면 대충 엇비슷하게 맞는 것 같아요. 미국 어디에 있죠? 뉴욕에 있죠. 한국은 서울에 있었고(현재는 부산), 일본도 도쿄에 있고, 중국에는 상하이에 있죠. 금융으로 발달한 도시에 보통 증권 거래소가 있는데 인도의 증권거래소도 바로 이 뭄바이에 있어요.

뭄바이에는 증권 거래소가 두 곳이나 있습니다. 이 봄베이증권거래소(BS) 같은 경우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이기도 해요. 이미 19세기에 증권 거래소가 생겼고, 그때부터 이 뭄바이가 굉장히 경제적으로 번성했던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도 보면 바코드 다 붙어 있고요. 근데 이게 사실 얼마 안 된 변화이기는 해요. 인도 정부 기관 중에 인도결제공사(NPCI)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만든 UPI라고 하는 전국 공통의 결제 시스템(인터페이스)이 있습니다. 다른 은행을 쓰는 사람한테도 언제든지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이런 망을 정부 주도로 만들어 놨고. 이게 이제 주로 쓰는 그 페이티엠(Paytm), 폰페(PhonPe) 이런 현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혹은 기존에 있던 금융, 은행 애플리케이션 이런데도 다 UPI 기능이 들어가서 결제망 보급이랑 동시에 통신망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보급이 된 거예요. 이게 맞물리면서 간편 결제가 엄청나게 퍼졌고 그래서 기서(짜이티) 10루피, 우리 돈으로 한 160원 정도거든요. 이 정도 금액도 현금 없이 그냥 페이로 다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Q. 사람들이 보통 무슨 수단으로 결제하나요?

일거리 음식점 사장 : 현금이 없는 경우에는 UPI를 씁니다. 둘 다 많이 써요

카페 사장 : UPI나 현금, 혹은 카드로요.

정준규(뭄바이 통역) : 인도 푸네에서 분식집 운영 중입니다. (손님들) 거의 90% 이상이 UPI로 결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0% 손님은 현금인가요?) 현금 내지 카드로.

이 : 여기 뭄바이가 경제 도시답게 또 인도 중앙은행 헤드쿼터가 뭄바이에 있어서 저희가 또 그 RBI라고 하는 인도준비은행이라고 하거든요.  인도 중앙은행 이름인데, 인도 준비은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UPI랑 UPI 쓰신 분들 자연스럽게 e-루피로 넘어가게 하려고 망을 좀 연결하는 게 목표라 사용자 입장에서는 (UPI와 CBDC가) 구분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근데 이게 인도 중앙은행 총재가 설명한 바로는 제일 중요하게 다른 점이 기존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가 결제 요청을 하면 은행에 그게 리포트가 되고 은행이 다른 은행이랑 “우리 고객이 너희 은행에 돈 넘긴다~” 이렇게 해서 거래를 하는 건데, 디지털 루피, e-루피는 아예 그게 상관없이 그냥 정말 현금 쓰듯이 은행의 개입 없이 쓸 수 있는 거라고 설명하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또 이렇게 책으로만 배웠으니까 실제로 CBDC 를 한 번 써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사용해보러 가볼까 합니다. 저는 여기 거주자도 아니고 계좌가 없기 때문에 그 e-루피 앱을 깔아서 써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저희 통역 도와주시는 분의 핸드폰을 잠깐 빌려서 e-루피 깔아도 보고 한 번 사용해 보고 오늘 한 번 돌아다녀 보려고 합니다.

(애플리케이션 설치 중 오류 화면)

이 : 과연 우리는 써먹을 수 있을까요, e-루피를? 절차가 많아.

(e-루피 구매 과정에서 오류 화면)

이 : (e-루피 앱이) 깔리질 않네요. '시스템상 지금 안 돼'라고…e-루피 충전을 해보려고 했는데 충전이 안 돼서, 실제 사용해 보는 것까지는 어려울 것 같고. 한 발씩 물러나네요. (CBDC를) 찾아가 봤는데, 없네요. (웃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CBDC로 결제는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아서 통역하시는 분의 친구분의 디지털 지갑을 빌려서 한번 결제를 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제로페이라는 거 처음 도입할 때도 서울 시청 근처에 공무원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들 거기에 먼저 페이가 도입됐었어요. 근데 여기도 비슷하게 CBDC 사업 시작하면서 약간 e-루피의 홍보 대사처럼 언론 매체에 많이 나왔던 과일 가게 아저씨가 한 분 있거든요. (중앙은행 근처) '민트 로드' 라는 곳에 노점상 과일 가게인데 디지털 루피로 결제가 되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한 번 저희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어, 저기 계신 것 같아. 맞는 것 같아요.

[바체라이 사하니/과일 장수]

Q. 사람들이 보통 무슨 수단으로 결제하나요?

“손님들은 UPI와 e-루피 둘 다 사용해요. 둘 중에는 UPI를 더 많이 사용해요. 사람들이 모두 구글페이를 갖고 있지만 e-루피는 다들 가지고 있지는 않죠. e-루피 같은 경우에는 RBI 관계자들만 갖고 있고 RBI 사람들만 사용해요. 다른 사람들은 구글 페이로 결제하고요.

Q. 오늘 e-루피를 사용한 사람이 있었나요?

"오늘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매일 있는 일은 아닙니다."

Q. 손님이 e-루피로 결제하면 사장님 디지털 지갑으로 바로 돈이 들어오나요?

"디지털 지갑이 아닌 은행 계좌로 들어옵니다. 결제한 금액이 제 IDFC 은행 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에요/"

Q. UPI와 비교하면 e-루피 결제가 더 편하거나, 더 불편한 점도 있나요?

"e-루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현시점에선 다들 구글페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더 걸릴 것은 분명하지만 e-루피가 도입되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봐요. 지금은 e-루피를 중앙은행 직원들만 사용하니까, 이런 (접근성) 이유로 e-루피에 대한 불만들이 있었지만, 점점 보완되고 있어요."

이 : 바나나를 한 번 e-루피로? 40루피로.

(e-루피로 결제하는 모습)

이 : 저희 그 과외 가게 사장님한테 여쭤보니까 본인도 가끔 쓰신대요. 그래서 어디서 쓰냐고 여쭤보니까 여기 코너 돌아서 짜이왈라, 짜이 파는 집에서도 e-루피가 되는 집이 있다. 그래서 거기도 내친김에 한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어, e-루피 쓰여 있다. e-루피 관광 코스 아니야? 어디 구석에 다가 먼지 쌓여 있던 QR을 꺼내주셨어요.

[슈리볼라낫/짜이티 가게 사장]

Q. 오늘 e-루피를 사용한 사람이 있었나요?

"오늘은 RBI 관계자 두 분이 오셔서 차를 드셨습니다. 중앙은행 총재도 역시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Q. 손님이 e-루피로 결제하면 사장님 디지털 지갑으로 바로 돈이 들어오나요?

"디지털 지갑에 연동된 은행 계좌로 돈이 입금됩니다."

이 :  여기는 밴드라(Bandra)라는 지역에 있는 시장 같은 곳인데요. 여기 보석상 중에 또 e-루피 가맹점이 있다고 그래서 와봤습니다. 연 것 같으니까 사장님한테 인터뷰 좀 가능한지, 여기가 보석상이라서 결제는 해 볼 수가 없고, 한 번 가볼게요.

[사티쉬바이/보석상]

Q. e-루피로 결제한 손님이 있었나요?

"네, 있습니다."

Q. e-루피 결제 금액 제한은 없나요?

"네, 따로 사용 금액에 제한은 없고 e-루피랑 디지털 페이 모두 쇼핑할 떄 사용 가능합니다."

Q. e-루피 결제 가맹점으로 가입하게 된 계기는?

"요즘 대부분 사람이 디지털 페이 사용을 선호합니다.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어 더 편리해요. 디지털 페이와 마찬가지로 e-루피도 사용이 편리할 거라고 생각해서 시험 삼아 등록해봤어요."

Q. UPI와 e-루피를 비교할 때 장단점은?

"UPI와 다르게 e-루피는 돈을 충전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써는 UPI가 더 편합니다. e-루피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제 금액에 대해 제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큰 금액 결제할 때 유용하고, UPI는 아까 이야기한 대로 소액 결제할 때 좋죠."

이 : 저희가 돌아다니면서 e-루피를 한 번 써보니까 디지털 지갑을 설치하는 과정도 약간 매끄럽지 않기도 했고. 그리고 사용할 때도 어떤 때는 또 결제가 되는데 어떤 때는 계속 웨이팅이 떠가지고 결제를 못 하기도 하고 이 과정이 아직까지는 100% 매끄럽지 않은 것 같기는 해요.

여기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UPI 가 처음 시작될 때 2016년 그때도 뭐 해킹당하는 일도 있고 송금을 했는데 오류가 났는데 못 돌려받는 일도 있었다고 하고, 그때도 문제가 많았음에도 어쨌든 정부 굉장히 추진력 있게 밀어붙여서 이 사업이 정착된 것이거든요. 그런 게 인도 정부 스타일인가 싶기도 하고. 한국이었으면 그렇게 조금 잡음이 나오는 서비스 상태라면 좀 닫고 수정을 해서 나올 텐데, 인도의 CBDC e-루피도 이 정도 오류는 그냥 어떤 좀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사업을 해 나가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아직 시범 사용 단계니까 뭐 이런 오류들도 잡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진짜 도입을 하겠죠.

오늘도 혼잡한 뭄바이. 여기는 뭄바이의 여의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시아 최초의 증권거래소 BSE가 있습니다. 증권 거래소가 있는 곳이면 어느 나라에나 있는 황소 동상이 있습니다. 아까 오는 길에 사실 진짜 소가 있었어요. 여기는. 황소 동상이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마침 출장 와 있는 동안 오늘, 그러니까 9월 11일 기준으로 니프티50(nifty50) 지수가 2만을 돌파했어요. 이게 처음 있는 기록이에요. 이 정도로 인도 증시가 굉장히 뜨거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도 경제, 인도 금융이 커가는 이야기의 시작 점은 제가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아다하르 카드'라고 하는 이 신분증을 보급하기 시작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UPI 라고 하는 결제 시스템을 보급한 것, 그리고 저희가 취재하고 있는 CBDC e-루피라고 부르는 이 CBDC 사업까지 '디지털 인디아' 연속선 상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디지털 인디아 정책이 인도 사람들이 금융을 더 많이 이용하게 만들고 인도 사람들이 금융을 이용하게 되니까 또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소비로 이어지고 그게 결국은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 어떤 실제로 주가가 오르는 것들, 이런 것까지 연결되는 것 같더라고요.

인도가 이 정도로 성장하고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까 우리나라의 금융회사, 은행, 증권사 이런 것들이 인도 현지에 진출해 있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은 그중에 한 곳을 찾아가서 디지털 인디아, 그러니까 인도 금융의 디지털화가 어떻게 이 시장을 바꿔놓고 있고 인도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미래에셋증권 여기 현지 법인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러 가보려고 합니다.

마니쉬 자인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법인사업총괄(이하 자인) : 안녕하세요. 인도 미래에셋캐피탈마켓 기관사업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지상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대표(이하 유) :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대표 유지상입니다. 지금 1300개 인도에 있는 증권사 중에 최근 한 20위 권까지 1년 반 만에 올라갔고 TOP10, top 5까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올라가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이 : 오늘, 인터뷰하는 날 니프티50 지수가 사상치를 경신했다고.

유 : 네, 오늘 넘었습니다.

이 : 이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보니까 정말 이 업계 자체가 굉장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와서 비즈니스를 해 보셨으니까, 한국 시장이랑 인도 시장의 좀 다른 특성들이 보이지 않을까, 어떤 흥미로운 점들이 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유 : 지금 한국이 (주식) 활성 계좌가 7000만개 거든요. 그러니까 인구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데. 인도는 지금 10%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되고요. 그래서 아직도 주식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 인구의 7% 정도. 점차 점차 늘어나면서 주식 투자 인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자인 :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인도 주식 비중이 2020년 8월 8.3%에서 2021년 12월에는 12.5%, 최근에는 14%까지 늘어났습니다. 3년 사이 6%포인트가 늘어났어요.

이 : 역으로 인도에 어떤 일들이 있었나 조사해보니까, 디지털 인디아 라는 키워드가 나오더라고요.

유 : 정부에서 아다하르 카드라고 모든 사람에게 ID 카드(신분증)를 준 것이, 그다음부터 이제 인도의 전반적인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이 된 거죠. 그래서 과거에 계좌 만들려면 다 종이에 서명해서 했던 것들이 지금은 오히려 한국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모바일 트레이딩(MTS) 앱에 계좌를 오픈하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이 5분 정도면 됩니다.

자인 : 인도는 정말 큰 나라입니다. 시스템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화를 했습니다. 일단 디지털화 이전보다 종이에 쓰는 비용을 엄청나게 아끼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디지털화로 줄인 비용이 130억 달러입니다. 또한 더 빠른 방법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금융 기관들이 연결되었고, 다양한 계층의 투자자들을 금융 기관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줬습니다.

인도에서 주식 D+1 거래 시스템이 가능한 것도 일부 이런 디지털화 덕분입니다. 내년에는 아예 실시간 거래 확정 시스템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증권 시장이 디지털화되면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진 이 사례를 보면 증권 시장에서 CBDC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e-루피는 아직 테스트 단계에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퍼지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 : 아직은 그런 단계이긴 하지만 결국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자인 : 자본 시장이나 주식 시장에 실제 어떤 도움이 될지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요. 그래도 e-루피 프로젝트의 가장 분명한 효과는 준법감시 비용을 낮추고, 자금 출처를 추적할 수 있게 되고, 증권의 실시간 발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또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져서 투자 결정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e-루피가 완전히 자리 잡는다면 은행 계좌가 없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이 : 금융 디지털화의 맥락으로 여쭤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인도가 그런 면에서는 한국보다도 더 빨리 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CBDC를 포함해서. 그런 면에서 볼 때 뭔가 한국도 보고 배울 만한 점. 혹은 오히려 조심해야 할 점, 참고할만한 점들이 있을까요?

자인 : UPI 시스템에 익숙해진 지금 사람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UPI에서 e-루피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할까?', '인터넷 없이도 거래할 수 있을까?', '혹시 거래 실패하면 어디에 연락해야 하지?',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때 나에 대한 정보가 같이 넘겨지는 것은 아닐까?', '규모가 큰 거래를 할 때 익명성은 어떻게 보장되지?' 등이요. e-루피 프로젝트가 성공하기까지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인도는 UPI로 이미 디지털화에 성공한 경험이 있고 CBDC는 그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e-루피도 성공하지 않을까요.

이 : 이렇게 뭄바이 곳곳을 누비면서 아무도 찾지 않는 CBDC를 저희만 찾아 헤매봤는데 CBDC도 써보고,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보고 느낀 것은, CBDC, e-루피 자체는 "와 정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다"라고 할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뭔가 시작 단계라서 이걸 사용해 보고 뭔가 막 변하고 있는 걸 봤다기보다는 어쨌든 이 CBDC, e-루피까지 이어지는 인도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 이게 어떻게 경제를 바꾸고 있는지가 좀 더 인상 깊었던 것 같거든요. 더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돈을 쓰는 방식을 디지털을 했을 때 연결되고 연결되고 연결돼서 경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좀 느껴볼 수 있었던 게 뭄바이 출장의 가장 큰 교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이제 막 성장을 챙겨야 하는 인도 같은 나라의 경우는 이 디지털화라는 것이 오히려 이 커다란 땅 안에서 금융에 소외된 사람들, 계좌조차 없거나 은행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간편한 방식으로 이 금융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 이게 굉장히 큰 변화인 것 같고. 아예 현금 자체도 디지털화되었을 때, 거기서 또 어떤 서비스들이 붙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좀 기대가 되긴 합니다. 만약에 이 14억 명이 다 디지털 루피를 쓰게 됐을 때 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또 이 나라와 거래하는 다른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굉장히 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화폐 유람단의 인도 뭄바이 출장은 여기까지인데요. 내일은 또 다른 나라로 떠납니다. 김지아 기자가 바하마 에서 여러분께 또 재밌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내일은 김지아 기자와 함께 또 화폐 여행, 돈 구경을 한 번 떠나 보시죠. 그러면 저는 또 다음 출장지로 한번 떠나 보겠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 이현 기자, 최미연 PD / 디자인 이효정 박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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