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 카드 발행 일시2023.10.18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제 딸이 시집가는 것은 보고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잘 치료해 주세요.” 그러면 옆에 있는 따님은 쿨하게 대답한다. “아니요. 결혼 생각 없어요. 우리 엄마 말 무시하세요. 엄마, 또 시작이다. 주책스럽게….” 정말 결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면 나는 이런 질문을 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따님이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장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내가 키웠고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서 봐왔기에, 부모들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 딸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방귀 소리만 들어도 어제 저녁에 무얼 먹었는지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는 나이 들며 변해 가는 딸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며, 최소한의 노력과 대화마저 안 하게 된다.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딸아이와는 그렇게 멀어진다. 어른이 되어 심리적으로 엄마로부터 독립한 딸이 남처럼 느껴진다. 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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