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1순위 안 오게 해달라” 현캐의 기이한 ‘봉은사 기도’

  • 카드 발행 일시2023.09.25

큰 성공은 실패한 수많은 실험을 만회합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팀보다 탁월한 재능’을 선택할 것인가

2021년 5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프런트 수뇌부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를 찾았다. 신인 혹은 외국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직전, 이곳을 찾아 행운을 기원하는 것은 그들만의 의식(儀式)이었다. 5월 4일 봉은사 인근에 위치한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V리그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기도의 내용이 평소와 사뭇 달랐다. 그들은 ‘1순위 구슬이 제발 우리 팀으로 오지 않기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해 드래프트 최대어는 이견 없이 ‘쿠바 특급’ 레오였다. 삼성화재 ‘V8 시대’의 외국인선수 계보는 안젤코-가빈-레오로 이어졌다. 당시 31세였던 레오를 지명하는 팀은 단숨에 우승권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게다가 현대캐피탈은 직전 시즌 순위는 일곱 팀 중 6등이었다. 확률적으로 두 번째(최하위 삼성화재 다음으로 많은 구슬)에 해당했다.

레오(왼쪽)는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파괴력을 보유했지만 V리그 복귀 후 우승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배구의 본질이 팀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연합뉴스

레오(왼쪽)는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파괴력을 보유했지만 V리그 복귀 후 우승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배구의 본질이 팀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