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탄에 감사해야 한다” 日 총리에 직격탄 날린 JP (31)

  • 카드 발행 일시2023.09.22

한·일 회담에 임하는 내 마음은 1961년 혁명 때 목숨을 걸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내게는 제2의 혁명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 그 일을 수행하는 게 혁명의 기획자이자 중앙정보부장이었던 내가 할 일이었다.

10년간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혁명과업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조국 근대화의 자금 밑천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 중공(中共)은 잠자는 거인에서 ‘포효하는 사자’로 깨어나고 있었다. 중공의 국제무대 등장으로 인한 우리의 외교적 고립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했다. 내가 한·일 회담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는 이런 국제정세적 변화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 후 4년을 회상해 보니 이케다 총리와 비밀회담, 오히라 외상과 대일 청구권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한 막후 조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반대시위, 대학 캠퍼스 순회 토론, 6·3 비상계엄 선포, 구름처럼 떠돌던 2차 외유 장면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