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망없어” 그 삶도 이겨냈다…8살 민준이 가족을 찾습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9.08

펫 톡톡

안녕하세요. 인천에 사는 애견인 곽지민(35)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회사에 다니면서 강아지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유기견에 관심이 많아 구조 활동을 하기도 하고, 임시 보호를 통해 새 가정에 입양을 보낸 적도 여러 번 있어요. 그중 저의 특별한 인연이자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 ‘민준이(인스타그램 아이디 weareoui_help)’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사연을 보내요.

잉글리쉬 쉽독 민준이

잉글리쉬 쉽독 민준이

민준이(잉글리시 쉽독·추정 나이 8살)는 2020년 7월 24일 서울~양양 고속도로(서울→홍천 방향)에서 발견됐어요. 차만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대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이를 본 한 시민이 다급히 119에 신고했고, SNS를 통해 ‘누군가 버리고 갔는데 그 차를 따라가다 다른 차에 치인 것 같다’며 이 상황을 전파했죠. 이후 민준이는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에 의해 간신히 구조돼 인근 유기견 보호소로 이송됐어요.

2020년 7월 24일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발견됐을 당시 민준이의 모습. SNS 캡처

2020년 7월 24일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발견됐을 당시 민준이의 모습. SNS 캡처

이 소식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잉글리시 쉽독 커뮤니티에도 알려졌고, 몇몇 회원이 저에게 급하게 민준이 임시 보호 요청을 해왔죠. 민준이는 임시보호자가 없으면 추후 안락사 될 가능성이 큰 데다 제가 유기견을 구조해 임시 보호한 뒤 입양을 보낸 경험이 있단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민준이 소식을 접한 저 역시도 당황스럽고 안타까웠지만….이미 딸린 식구들이 많아 선뜻 나설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보니 ‘얼른 수술해서 살리는 것이 먼저다’ 싶었지요. 그 길로 곧장 민준이에게로 달려갔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주소방서 119구조대원이 민준이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SNS 캡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주소방서 119구조대원이 민준이를 구조하고 있는 모습. SNS 캡처

에외적으로 보호소에서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민준이는 참담한 진단 결과를 받았어요. 폐기흉, 척추골절, 골반 부분 파열, 고환 종양, 욕창, 피부건조증, 진드기, 심장사상충 등 수많은 병을 앓고 있었죠. 의사 선생님은 “가망이 없다” “민준이도, 돌보는 사람도 힘들 거다” “민준이를 치료하는 비용으로 더 많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하지만 민준이의 힘 없는 얼굴이 눈에 밟혔고, 또 걱정해 주신 많은 분의 의지와 응원을 저버릴 수 없었죠. 결국 마지막 희망을 걸고 수술을 하기로 했어요. 다행히 민준이는 어려운 수술을 잘 마쳤고, 꺼져 가던 생명에도 작은 불씨가 되살아나게 됐지요.

척추 수술을 마치고 나온 민준의 모습. 사진 곽지민

척추 수술을 마치고 나온 민준의 모습. 사진 곽지민

수술 후 2개월여의 회복을 마친 뒤 민준이를 집으로 데려왔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어요. 특히 배뇨·배변 활동이 쉽지 않았거든요. 오줌과 똥을 직접 받아줘야 했고, 나오지 않을 경우 손으로 파내야 했어요. 어떤 날에는 배설물을 집 안 사방에 뿌리고 다녀서 가슴이 새카맣게 타버릴 것처럼 속이 상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안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에요. 기어 다녔던 민준이가 집에 온 지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보행기구에 의지해 걷던 녀석이 네 발을 움직이며 종종 걸음으로 제게 왔죠. 이 모습에 눈물이 왈칵 났죠. 민준이의 의지와 노력의 결실이 눈 앞에 기적처럼 펼쳐졌어요. 가슴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 순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