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 미군 눈 뒤집혔다, 태국 요리가 뜬 뜻밖의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3.09.06

⑦ 우리 사이에 성큼 들어온 동남아: 태국 음식 세계화 20년 

문득 동남아시아에 가고 싶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휴가라고 하면 행선지는 으레 태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였지 않은가. 멋진 해변이나 강변, 불탑을 비롯한 이국적인 건축물과 왁자지껄한 거리, 오후에 한바탕 내리는 스콜 등 매력은 끝이 없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이다. 이국적인 과일도 물론 좋지만 거리나 식당에서 맛본 새콤달콤한 ‘파파야 샐러드’나 ‘똠양꿍’ 같은 국물 요리, 숯불 향이 배어 있는 구이, 신선한 해산물의 아련한 기억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동남아 요리와의 우연하고도 의외의 만남 

동남아 요리와의 재회는 우연한 기회에 의외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지난주 서울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인근에 있는 대학가 식당에서였다. 메뉴를 인쇄한 커다란 철판을 가게 앞에 설치한 작은 음식점에 눈에 띄었다. 상호가 ‘근처 식당’이기에 한국 음식점인 줄 알았는데 메뉴를 살펴보니 태국 음식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메뉴를 망라하고 있었다.

면류를 보니 ‘알싸하고 얼얼한 마라와 함께 맛보는’ 시그니처 칼국수인 ‘마라 쌀국수’가 가장 위에 있었다. 외국 이주민과 유학생이 확산시킨 대학가의 마라(麻辣‧혀가 아플 정도로 얼얼한 매운맛이란 뜻)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닭고기와 새우, 야채가 듬뿍 들어간 태국식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도 눈에 확 들어왔다. 이름만 봐도 태국의 이국적인 양념의 깊은 맛과 경쾌한 쌀국수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팟타이와 그린커리 소스를 이용한 태국 요리. 중앙포토

팟타이와 그린커리 소스를 이용한 태국 요리. 중앙포토

네 가지 쇠고기로 우려낸 진한 육수의 ‘소고기 쌀국수’에 신선한 채소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비빔 쌀국수인 ‘분짜’ 등 요즘 인기가 높다는 베트남 음식 메뉴도 빠지지 않았다. 거기에 불향을 낸 돼지고기의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는 ‘대만식 칼국수’까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