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만 남은 날 떠난 노모…임종 보는 자식은 따로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9.06

환자가 곧 숨을 거둘 것 같았다. 올해 80세인 할머니는 폐암 4기로 그간 항암 치료를 받다가 최근 중단했다. 폐렴이 점차 심해졌고 열이 났다. 혈압이 떨어졌고 의식이 흐려졌다. 호흡은 불규칙해졌고 소변량이 줄기 시작했다. 승압제(혈압을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약)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오늘을 넘기기 힘들어 보였다. 급히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환자 가까이 살던 막내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자녀들은 모두 각자의 일상을 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고, 가게 문을 닫고 왔고, 학교에서 오는 딸의 간식을 만들다가 왔다고 했다. 한데 모인 가족이 이제 곧 숨을 거두려는 엄마 옆에 모였다.

“폐렴이 나빠지며 패혈증이 심해졌는데, 이제는 얼마 못 버티실 것 같아요. 승압제, 항생제, 피검사 모두 중단하겠습니다. 의미 없는 연명 의료에 불과해요.”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자식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는가 보구나. 엄마… 엄마… 자식들은 울며 엄마 곁을 지켰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그토록 보고 싶던 자식들이 한데 모이자 할머니는 기운이 났는지 오히려 좋아지기 시작했다. 승압제를 쓸 때는 속절없이 떨어지던 혈압이 승압제를 중단하자 좋아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다. 모든 연명 의료가 중단되었는데도 괜찮았다. 할머니가 얼굴을 봐야 할 사람들은 다 봤다. 자식들은 장례 준비도 모두 마쳤고 어머니 임종을 지킬 마음의 준비가 다 됐는데도 할머니는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들이 모두 모인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계속 흘렀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윽고 눈물을 흘리던 자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안 돌아가실 것 같다는 말이 나왔고 의사들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