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좀 쉬면 안될까요” 죽음 앞둔 72세 마지막 할 일

  • 카드 발행 일시2023.08.30

“선생님 항암 치료를 조금만 쉬면 안 되겠습니까?”
“어떤 일로 그러시지요?”
“제가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 중요한 일이 어떤 일인가요?”

그는 기대 여명이 길지 않은 72세 폐암 환자였다. 폐암 중에서도 독한 유형이었다. 지금은 항암 치료로 근근이 유지하고 있었지만 언제 내성이 생겨 암이 나빠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치료를 받아왔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별로 안 했고, 가족들 역시 아버지를 열심히 간병했다. 그런 그가 항암 치료를 쉬고 싶다고 하기에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 중요한 일이 어떤 일인가요?”
“제가 사업하던 것이 있는데, 사업을 이제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이제 슬슬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맞겠지요?”

그는 내 물음에 답하며 본인에게 이제 남은 시간이 정말 얼마 없지 않으냐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물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도 이제 3~4개월을 더 넘기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암 환자분들 중 사업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 사람이 평생 일구어 온 일이라면 그 일은 몇 개월 내에 정리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 와중에 독한 세포 독성 항암 치료를 하면서 몸 상태가 안 좋다면 단기간에 사업을 정리하는 건 더욱 힘들 터였다. 어쨌든 환자가 현재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일, 그것이 의사인 내가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예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