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기 ‘족집게 예측’ 해놓고…막스는 왜 징둥닷컴을 샀나

  • 카드 발행 일시2023.08.31

🐋고래연구소 by 머니랩

‘큰손’ 투자자를 흔히 고래라고 부릅니다. 그들의 투자 철학은 나이 들어도, 은퇴를 해도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치죠. 성공의 법칙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고래연구소 by 머니랩]이 글로벌 투자 구루의 분기별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투자의 선구안을 제시합니다.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에 분기별로 보유 자산을 공개하는 13F(Form-13)를 분석해 3개월마다 투자 구루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봅니다

400억 달러(약 50조원). 불과 몇 년 전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이 회사의 몸값으로 책정한 금액입니다. 에어비앤비∙우버와 함께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불렸으니 그럴 만도 했죠. 하지만 기대했던 미래는 없었습니다. 지난 22일 장 마감 후 이 회사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며 상장 폐지 신청서를 냈는데요.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상장 폐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장한 부동산 업체 위워크(티커 WE)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된 위워크 로고.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된 위워크 로고. 연합뉴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으나 그래도 위워크쯤 되는 회사가 파산에 직면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죠. 청운의 꿈을 품고 상장한 지 불과 2년도 안 됐습니다. 상장 당시엔 주당 13달러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지만, 지금은 0.1달러까지 추락했죠. 수년째 수조원대의 순손실을 이어왔는데 이젠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습니다. 더는 투자자도 없고요.

사실 위워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창 어려울 때 상장을 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성장을 의심하지 않았죠. 코로나19만 잡히면 모든 게 정상으로 되돌아올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죠. 첫째, 집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 중 상당수는 그대로 집에 머무는 걸 택했습니다. 회사도, 직원도 “이래도 일이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는 아주 중요하고,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둘째, 경기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위워크의 주 이용자는 작은 회사입니다. 사업 의지가 있고 아이템도 있으나 오피스가 없는 그런 곳이죠. 큰돈 들여 건물을 빌리고, 쪼개서 임대해야 하는데 들어오려는 회사가 줄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이 경기 침체와 씨름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인데요. 이 와중에 금리는 치솟았습니다.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는 뜻이죠.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이 근간부터 흔들린 겁니다.

[STEP1] 정확했던 예측, 흔들리는 부동산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는 위워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상업용 부동산 전체의 위기죠. 코로나19 확산 직전 13%대였던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현재 20%를 넘어섰습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에 따른 오피스 수요 급감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며 뉴욕∙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 자산 가격이 20~30%가량 하락한 상태다. 오피스 공실 증가로 인한 인구 이탈과 방문 고객 감소는 도심에 위치한 소매점이나 다세대 주거용 건물의 임차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28%가 지난 상반기에 파산한 실리콘밸리 은행(SVB) 같은 중소형∙지역 은행에 집중돼 있어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 (지효진 마스턴투자운용 글로벌리서치팀 이사)

그런데 지금 이 상황, 넉 달 전에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헤지펀드 오크트리캐피털을 이끄는 하워드 막스죠.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던 지난 4월 쓴 메모에서 당장 몇 개 은행의 파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바로 상업용 부동산이었죠.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은행권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손실을 볼 것인지 혹은 그 강도가 어떠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로 인해 대출 기관은 공포에 사로잡히고 자금 조달과 차환 시스템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시장의 위기감을 부추기는 데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

점쟁이도 이렇게 정확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의 눈엔 미래가 보였나 봅니다. 더욱 구조적인 변화도 짚었죠.

사람들이 주 5일 사무실 책상을 지킨다는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임대인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것이다. (The concept of people occupying desks in office buildings five days a week is in question, threatening landlords’ underlying business 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