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요? 1병만 드세요” 환자에게 금주 안 권하는 명의

  • 카드 발행 일시2023.08.23

“일해도 될까요.”(환자)
“적극적으로 하세요. 하던 일상을 깨지 마세요.”(의사)
“술은 어떻게 할까요.”(환자)
“얼마나 드세요.”(의사)
“일주일에 3번, 소주 2병씩 먹습니다.”(환자)
“그럼 일주일에 3번, 1병만 드세요.”(의사)

전립선암 환자에게 주치의가 금주 아닌 절주를 얘기하자 옆에 있던 환자 부인이 펄쩍 뛴다. 의사는 이렇게 덧붙인다.

술이 몸에 좋지 않지만 술보다 더 나쁜 게 스트레스입니다. 이분이 술을 좋아하면 그걸 반으로 줄여서라도 덜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게 면역력을 올려 암 예방에도 좋습니다.

“신뢰 바탕 환자 삶 연장해 주는 게 명의”

이형래(61)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실제 환자와 주고받은 대화다. “저는 술을 즐긴다”며 말문을 연 이 교수는 “의사마다 술에 대한 견해는 다르고, 알코올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면서도 “환자가 담배도, 술도, 일도 못 하면 도망갈 구멍이 없다. 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단에 대해서도 “너무 기름지지 않게만, 과하지 않다면 먹던 대로 편하게 드시라”고 말한다.

명의의 기준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이 교수가 보는 명의는 “환자와의 좋은 라포(신뢰관계)를 형성해 환자가 나를 신뢰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연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절망에서 환자를 끌어올리려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환자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환자의 위크 포인트(약점)를 먼저 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