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中 비호감” 외칠 때…세계 지도자 꿈꾸는 시진핑

  • 카드 발행 일시2023.08.23

제3부: 시진핑의 중국 어디로 가나

제4장: 중국의 영수 넘어 세계 지도자 꿈꾼다

시진핑은 중국의 영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계의 지도자를 꿈꾼다. 사진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찬성 2952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 중국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 사진 신화망

시진핑은 중국의 영수에 만족하지 않는다. 세계의 지도자를 꿈꾼다. 사진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찬성 2952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 중국 헌법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 사진 신화망

“꽃 한 송이 홀로 피었다고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만발해야 봄이 정원에 가득한 것이다(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 문명은 교류해야 다채롭고 서로 배워야 성장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간의 고위급 대화 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CI, 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를 제안하며 한 말이다.

이 연설이 있기 바로 닷새 전 시진핑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찬성 2952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했다. 세계는 시진핑의 종신 집권 가능성을 전망하며 그가 중국 인민의 영수로 우뚝 섰다는 데 주목했다. 한데 세상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시진핑의 야심이 세간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중국인의 영수로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기를 꿈꾼다.

“중국의 지혜로 인류 문제 해결하겠다?”

일찍이 그런 시진핑의 야심을 간파한 이가 있다. 홍얼다이(紅二代·혁명원로의 2세들) 출신의 중국 정치 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 19차 대회가 끝난 2017년 11월 “시진핑 주석은 중국 방안과 중국 지혜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겠다고도 한다. 이는 과거 공산주의 운동으로 전 인류를 해방시키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장리판의 말은 이어진다. “중국은 196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주의를 유행시키며 혁명을 수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그 결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중국은 다르다. 중국의 지도자는 미국을 따라잡고 중국 모델을 퍼뜨려 세계의 지도자가 되려는 충동을 가질 수 있다.” 시진핑이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만의 독특한 모델을 선전하며 월드 리더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왕치산(오른쪽)은 헨리 폴슨(왼쪽) 전 미 재무부 장관에게 “우리가 당신들로부터 무얼 더 배워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진 차이나데일리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왕치산(오른쪽)은 헨리 폴슨(왼쪽) 전 미 재무부 장관에게 “우리가 당신들로부터 무얼 더 배워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진 차이나데일리

시진핑은 이 같은 야망 달성을 위해 사실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장쩌민(江澤民)을 거쳐 후진타오(胡錦濤) 시기에 이르기까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정신 아래 조용히 힘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다르다. 우선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난다. 장덩지(張登及) 대만국립정치대학 교수에 따르면 시진핑은 세상이 ‘동승서강(東昇西降)’의 시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미국에 더는 뭘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중국

동쪽이 올라가고 서쪽이 내려간다는 것인데 동쪽은 중국을 말하고 서쪽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일컫는 말이다.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갖게 된 생각이다. 그 무렵 왕치산(王岐山)이 헨리 폴슨 전 미 재무부 장관에게 했다는 말이 유명하다. “당신은 나의 스승이었는데 지금 당신네 시스템을 보게. 우리가 당신들로부터 무얼 더 배워야 할지 모르겠네.” 미국을 보던 중국의 시각이 선망에서 조롱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2012년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며 중국의 화법이 바뀌기 시작한다고 장덩지 교수는 말한다.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하겠다”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하겠다” 등 “무얼 하겠다”는 화법이 등장했는데 이는 중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도광양회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도전자 역할을 하겠다는 걸 시사한 것이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중국의 자신감은 시진핑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진핑은 2014년 3월 프랑스 방문에서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고 선언했다. 사진 시나망

시진핑은 2014년 3월 프랑스 방문에서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고 선언했다. 사진 시나망

시진핑은 2013년 3월 모스크바국제관계학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각국은 자기 발전의 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신발이 맞고 안 맞고는 자기 발로 신어봐야 한다”는 신발론을 펼친다. 중국의 발전을 위해 미국 등 서방을 모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중국은 자신의 국정(國情)에 기초한 중국 특유의 발전 노선을 걷겠다는 거다. 그해 12월 중국 푸단(復旦)대에 ‘중국발전모델연구센터’가 문을 연다.

“소련은 끝났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중국 모델’을 이름으로 내건 첫 번째 연구기구로 센터의 주임은 시진핑의 지지를 받는 장웨이웨이(張維爲)가 맡았다. 중국 모델을 지지하는 이들은 “소련은 끝났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시진핑은 2014년엔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고 선언한다. 시진핑은 그 사자가 “평화적이고 친화적이며 문명의 사자”라고 부연 설명을 했지만 사자는 사자 아닌가. 두렵고 무서운 존재다.

당시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세 가지 ‘이제까지’ 발언도 눈에 띈다. 왕이는 중국이 “이제까지 오늘처럼 세계무대 중앙에 접근한 적이 없고, 이제까지 오늘처럼 국제 사무에 전면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으며, 이제까지 오늘처럼 세계 평화와 발전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중국이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설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

시진핑은 지난 3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층 간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중국이 세계를 이끌겠다는 야심이다. 사진 신화망

시진핑은 지난 3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층 간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중국이 세계를 이끌겠다는 야심이다. 사진 신화망

아니나 다를까. 시진핑은 2017년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중요 발언을 한다. “세계에서 발전을 바라면서도 또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하길 원하는 국가와 민족에게 전혀 새로운 선택을 제공하겠다.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방안을 공헌하겠다”고 천명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 특히 권위주의 정권에 일당 전제(專制) 중국의 경험을 전수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두 가지 사명을 갖게 된다. 시진핑 집권 1기 때만 해도 중국 공산당은 중국몽(中國夢) 추구와 같은 중화민족의 부흥에 초점을 맞췄다. 한데 2기 들어서며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추진 등과 같은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인민은 물론 인류의 구세주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현대화가 서구화는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공 이론지 구시(求是)는 시진핑의 2018년 발언을 소개했다. “현재 세계 100여 개 국가 중 130여 개 정당이 여전히 공산당 또는 마르크스주의 성질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중국을 선망의 눈초리로 보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치국이정(治國理政)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적어도 100여 개 국가에 시진핑 체제를 보급할 수 있다고 중국은 믿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