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2년 전 돌연 찾아왔다…‘108번 챔피언’ 렛츠고 사연

  • 카드 발행 일시2023.08.05

펫 톡톡

안녕하세요.
‘한국 예술문화 반려동물 분야(반려견 스타일리스트) 1호 명인’ 진영선(60)이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자 동료인 비숑 프리제 ‘렛츠고’와 사진을 남기고 싶어 사연을 보냅니다.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올해 여덟 살인 렛츠고는 아주 특별한 강아지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개최한 도그쇼에서 108번이나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활약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전 견종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을 만큼 훌륭한 성적을 유지해 왔었죠.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하지만 2021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시련이 찾아왔고, 한동안 계속될 것 같던 챔피언의 자리에서도 아쉽게 내려오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렛츠고는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재활 훈련을 하며 다시 무대에 올라 멋지게 우승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챔피언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달려온 렛츠고와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습니다. 뽑아 주시면 우리가 8년 동안 쌓아온 이야기보따리도 공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렛츠고'

'렛츠고'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챔피언(베스트 인 쇼, BEST IN SHOW)을 108번이나 해낸 렛츠고는 어떤 모습일까요? 궁금한 마음에 진영선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잡았습니다. 챔피언이 사는 광주광역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손대면 사르르 녹을 것만 같은 순백색 솜사탕 같은 외모를 지닌 녀석이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며 처음 본 펫톡톡팀을 반깁니다. ‘통통통’ 발랄하게 걷는 모습에서 상큼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108번 우승한 챔피언 강아지답게 점잖게 자리를 지키며 반려인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대견합니다. 짖거나 부산을 떨지도 않습니다.

정말 사랑스럽네요.  
그렇죠? 비숑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전해졌다고 해요. 17세기에는 왕실과 귀족 등에게 인기 만점인 강아지였고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죠. 사교성도 좋고 적응성도 뛰어나거든요. 잘 걷는 것 같나요?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 제 눈에는 불안해 보여서요.

아팠다는 사실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가요. 2년 전 품에 안겨 있던 렛츠고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뒷다리에 충격이 갔나 봐요. 좀 지나면 낫겠지 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와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다리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 길로 병원으로 향했죠.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 날을 잡고 돌아왔어요. 뒷다리 두 쪽이 다 불편해 누워 있어야만 했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4일쯤 지났을 무렵 뒷다리에 힘을 주며 가슴을 쓱 하고 일으키지 뭐예요.

며칠 사이에 좀 회복됐나 봅니다.
네.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좋아지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다른 병원 의사 선생님과 지인들에게 좀 더 물어봤고, 수술보다 재활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매일 하루 1시간씩 직진 훈련 등을 하며 지금까지 왔네요. 좌우로 도는 동작은 무리가 온다고 해서 주로 앞으로 오가는 연습을 많이 했지요. 이제 일상생활은 가능해진 것 같아요. 
벽면 가득 붙어 있는 로젯 앞에 선 '렛츠고'와 진영선씨.

벽면 가득 붙어 있는 로젯 앞에 선 '렛츠고'와 진영선씨.

벽면 가득히 붙어 있는 건 우승 상장 같은 건가요?
네. 로젯(우승자가 수상하는 리본)이라 부르는 일종의 상패죠. 다른 강아지들은 한 개 얻기도 힘든데 우리 집에는 렛츠고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죠. 길이와 크기에 따라 그 의미도 다르죠.  
2019 KKF BEST OF BEST IN SPECIALTY SHOW에서 우승한 '렛츠고'. 사진 진영선

2019 KKF BEST OF BEST IN SPECIALTY SHOW에서 우승한 '렛츠고'. 사진 진영선

렛츠고와 첫 만남이 궁금합니다.  
국내 애견미용 1세대인 저는 미국 등에서 발행한 애견 잡지를 접할 기회가 많았죠. 표지에 등장하는 기품 있는 강아지를 보며 ‘언젠가 키워보자’고 생각했죠. 이쪽 분야에 있다 보니 강아지의 수준이 곧 저의 능력이라고 믿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중국에서 녀석을 만나게 된 거죠. 그 당시 중국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반려견 입양이 붐이었거든요.

중국인들은 세계랭킹 톱에 오른 강아지들을 미국 등지에서 한 마리에 몇억원씩 주고 사오곤 했죠.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액수였어요. 렛츠고 부모도 이런 경우로 입양됐는데, 마침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거죠.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108번 도그쇼 우승 비숑 '렛츠고'와 진영선씨.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찾아가서 입양하고 싶다고 했더니 태어난 지 40일쯤 지난 세 마리(수컷 2, 암컷1)를 보여주더라고요.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수컷 두 마리를 데리고 집 앞 도로로 나갔죠. 바닥에 내려놓자 한 녀석은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려 꼼짝 않고 있는데, 남은 한 마리는 잠시 멈춰있더니 바뀐 환경에서도 발랄하게 움직였죠. ‘그래. 이 녀석이다’라고 입양을 결정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됐죠.
왜 이런 테스트를 하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