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숫자 아니다, 의지다” 60만 대군 중 3600명의 거사 (9)

  • 카드 발행 일시2023.08.02

역사는 기록되는 게 아니다. 기록하는 것이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박정희 소장을 지도자로 옹립한 5·16 핵심세력들은 운명의 순간들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거사 날짜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다. 그들은 하늘의 도움을 구했다.

그 무렵 나는 기도를 했다. 혁명의 성공을 간절히 구했다. 신이 계시다면 도와 달라고 했다. 영어로 ‘메이 가드 블레스 어스(May God bless us·신이여 축복하소서)’를 되뇌었다.

그때 한국군이 60만 명, 미군이 5만6000명인데 3600명의 병력으로 세상을 뒤집었으니 누구는 기적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 적은 병력이 서울로 진입하는 데 별로 저항이 없었다. 석 달간 거사 준비 과정에선 비밀 누설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군 사령탑은 이렇다 할 진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 그래’ ‘그게 사실이야?’ 하는 반응 정도였다. 일이 되려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