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죽음의 약국’이었다…해열제 대란 뒤 인도의 실체

  • 카드 발행 일시2023.08.01

World View

대한민국 아기들 중에 저것 안 먹어본 아기가 있을까.

동아제약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어린이 해열제 ‘챔프시럽’의 제조·판매가 중단됐다는 중앙일보 포털뉴스 기사에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 있는 집에선 챔프시럽이 필수 상비약이나 마찬가지다.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인 데다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 계열 해열제와 2시간 간격으로 교차 복용도 가능해서다. 밤에 급작스럽게 열이 오른 아이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편이다.

동아제약 '챔프시럽'. 사진 약학정보원

동아제약 '챔프시럽'. 사진 약학정보원

지난 4월 이 제품의 색깔이 이유없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조·판매를 중단시켰다. 한 달 뒤엔 경쟁 제품인 콜대원키즈펜시럽(대원제약)마저 가루와 액체가 분리되는 상분리 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순식간에 시장점유율 90%인 1·2위 제품의 공급이 막힌 것이다. 내린다시럽(광동제약) 등 대체 제품이 있지만, 수요보다 생산이 턱없이 부족해 일선 약국에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애타는 부모들이 동네 약국을 돌며 해열제를 구하러 다니는 상황이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이런 ‘국민 해열제’ 대란이 벌어진 건 왜일까. 배후가 인도라고 한다. 동아제약은 지난 5월 식약처에 “챔프시럽의 갈변현상 원인은 인도산 D-소르비톨 첨가제”라고 보고했다. D-소르비톨은 단맛을 내기 위해 쓰는 첨가제다. 코로나19로 감기약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산 대신 인도산을 추가로 썼는데 여기서 발견된 철 성분이 갈변 현상을 일으켰다는 게 동아제약의 설명이다.

한국에선 해열제 대란에 그쳤지만 지금 전 세계엔 인도산 약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부터 인도 감기약은 ‘죽음의 약’이란 오명까지 듣고 있다. 루스 폴라드 블룸버그통신 오피니언 에디터가 지난 4월 쓴 칼럼에서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