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90년 전 일이다. 당시 네살쯤 된 고경수(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어린이는 집 안 마구간(쇠막)에서 말과 같이 놀았다. 말 가랑이 밑으로 들어가 말 젖꼭지나 ‘물건’(생식기)을 조몰락거렸다. 이를 본 어른들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다. 하지만 정작 말은 철부지 아이의 장난을 잠자코 다 받아주었다. 말이 무척 착해서 그랬다고 한다.
말 생식기 만지며 놀던 제주 어린이
이런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경수는 말과 평생 친구가 됐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탔다. 중학교 시절에는 8.5㎞ 거리를 말을 타고 통학했다. 그는 1980년대까지 말 100여 마리를 키우다가 경주마까지 육성했다. 지금도 그는 제주마 등 100여 마리 말을 작은아들과 키우고 있다. 올해 93세 된 고경수옹(翁)은 “말(馬)은 내 인생”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