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에 “아이 낳을 거지?”…그들을 바꾼 佛 상사의 질문

  • 카드 발행 일시2023.07.27

결혼한 지 4년 된 부부라면 ‘아이는 안 낳느냐’는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 부부는 ‘왜 낳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네요. 이상하지 않나요?

지난 21일 만난 김규진(31)씨는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맞다. 합계출산율 0.78명, 아이 한 명 한 명이 귀한 대한민국에서 만삭의 임부에게 할 질문은 아니다. 그런데도 질문을 한 데엔 이유가 있다. 그가 ‘아내’와 함께 사는 동성부부이기 때문이다.

 9월 초 출산을 앞둔 김규진씨. 그의 임신 사실이 화제가 된 건 그가 동성부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부부에겐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묻는데, 저희 부부는 '왜 낳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현동 기자

9월 초 출산을 앞둔 김규진씨. 그의 임신 사실이 화제가 된 건 그가 동성부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부부에겐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묻는데, 저희 부부는 '왜 낳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현동 기자

김규진씨는 2019년 11월 동성의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늘 정보에 목말랐다. 동성 결혼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던 까닭이다. 결혼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덕에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도 했다. 온갖 악플이 쏟아졌지만 괘념치 않았다. 그렇게 요란하게 결혼을 한 그는, 4년 뒤인 지난 7월 퀴어 퍼레이드를 앞두고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결혼보다 더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혼인 건수(19만2000건)는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0년째 꼴찌다. 결혼과 출산이 흔치 않아진 시대, 동성부부가 애써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는 이유는 뭘까?

Part1. 한국과 프랑스, 이것이 달랐다

김규진씨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선 정자 기증이 필수다. 한국에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그는 법적으로는 미혼이다. 그가 벨기에에서 정자를 기증받은 건 그래서다. 김현동 기자

김규진씨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선 정자 기증이 필수다. 한국에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그는 법적으로는 미혼이다. 그가 벨기에에서 정자를 기증받은 건 그래서다. 김현동 기자

편견과 악플에 맞서며 요란스럽게 결혼한 그지만, 임신은 남의 일이었다. 김규진씨 부부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하는 신혼 생활이 충분히 행복했다. 그의 생각이 달라지게 한 건 프랑스인 상사가 던진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