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진돗개의 왕’ 탄생…매일 러닝머신 뛰는 ‘함마’

  • 카드 발행 일시2023.07.22

펫 톡톡

안녕하세요.
한국진도견협회 회장 이철용이라고 합니다.
1만50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우리 협회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해외 각지에서 ‘진돗개 세계 명견화 조기 정착’을 목표로 53년째 활동하고 있는 사회단체입니다. 진돗개 보존 및 육성 발전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전국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라는 특별한 행사를 매년 열고 있지요. 지난 3월에도 67번째 대회가 열렸습니다. 각지에서 온 200여 마리의 빼어난 진돗개가 참가했습니다. 이 중 성견조(생후 24개월 이상 진돗개) 심사에서 최우수 진돗개로 선발된 ‘함마’를 소개하기 위해 사연을 보냅니다.

67번째 전국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에서 챔피언을 수상한 '함마'의 상패를 바라보는 김대원씨.

67번째 전국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에서 챔피언을 수상한 '함마'의 상패를 바라보는 김대원씨.

함마는 특이한 이력의 진돗개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대상을 받았기 때문이죠. 한눈에 봐도 전통적인 진돗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함마는 쫑긋한 귀와 초롱초롱한 눈, 그리고 황금빛 털과 하늘로 힘차게 솟은 꼬리가 참 매력적인 아이입니다.

우리나라 토종개인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죠. 때론 용맹스러운 점 때문에 사납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점잖고, 실제로 만나면 멋지고 귀여운 모습도 많이 있답니다. 펫톡톡 팀이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 챔피언을 멋지게 담아 주세요.

진돗개 '함마'.

진돗개 '함마'.

진도견협회장이 직접 사연을 보내 최고의 칭찬을 아끼지 않은 함마는 어떤 모습일까요? 반려인과 함께 녀석이 살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로 향했습니다. 하천 옆을 따라 포장된 좁은 길을 800m쯤 올라가니 작은 마당이 보이고, 그 뒤로 아담한 집과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연신 목청을 높이며 진돗개들이 짖어댑니다. “쉿! 녀석들아! 조용히 해” 집주인이자 진도견들의 반려인 김대원(72)씨가 저음의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하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집니다. 김대원씨는 스스로를  ‘진돗개 할배’라고 한답니다.

 진돗개 할배 김대원씨와 함마.

진돗개 할배 김대원씨와 함마.

목소리를 알아듣는 모양입니다  
당연하죠. 제가 나타나면 온통 저한테 집중하거든요. 진돗개가 똑똑하고 충성심이 강하기로 유명하잖아요. 누군가 이 앞에서 저를 붙잡고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무섭게 돌변할 거예요. 상황 파악을 정말 잘하거든요.  

챔피언 함마는 어디 있나요 
이쪽에 있어요. 보세요. 늠름하고 용맹하게 생겼죠? 망치보다 더 강하고 단단하게 크라고 이름 지어줬는데, 근육과 골격이 참 튼튼한 게 밸런스가 아주 좋죠? 이러면 동작이 민첩하고 걷는 모습도 힘차거든요. 앙증맞은 크기의 삼각형 모양 귀도 쫑긋 세웠다가 눕혔다가 움직임이 활발하죠. 흑갈색의 눈동자에 둥근 아몬드형으로 생긴 눈도 참 매력적이죠. 기품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하하.

진돗개 할배의 함마 자랑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옆에 딱 붙어 얌전히 있는 챔피언의 모습은 순한 양처럼 보였지만 이따금 고개를 들어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은 충성심 가득한 호위무사를 꼭 빼닮았습니다.

함마가 챔피언이 된 비결이 있을까요.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나라 진돗개의 모습을 얼마나 잘 간직하고 있느냐인데요. 또, 걸음걸이와 용맹성 같은 부분도 평가의 주요 요소에요. 진돗개는 진도에서 사냥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고 해요. 이런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저는 가급적 복종 훈련은 시키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다소 거친 기질이 남아있어 외출하기 힘든 부분도 있죠. 그래서 떠올린 방법이 러닝머신 훈련인데요. 아침저녁으로 30~40분씩 시켰죠. 덕분에 '함마'의 체력과 몸매 모두 좋아졌죠. 다른 경쟁자와는 달랐던 저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러닝머신 특훈을 받고 있는 진돗개 챔피언 '함마'.

러닝머신 특훈을 받고 있는 진돗개 챔피언 '함마'.

‘러닝머신 특훈’ 정말 특이합니다.  
언제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함마는 기특하게 잘 따라줬어요. 고맙죠.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몸매를 관리한 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대상을 수상한 함마와 가족들. 사진 김대원

대상을 수상한 함마와 가족들. 사진 김대원

진돗개를 여러 마리 키우시나 보네요.
네. 성견 일곱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협회나 단체를 통해 입양한 녀석들이 대부분이고, 맡아서 키워 달라고 부탁하신 분도 있고요. 40년 전 우연히 입양한 진돗개가 인연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긴 시간 동안 여러 마리를 키우다 보니 챔피언 진돗개 함마까지 만나게 됐네요.   

오랜 시간 진돗개를 키운 계기가 있나요?
친근한 마음은 초등학생 때부터 있었어요. 아버지가 입양한 진돗개를 키워본 적이 있거든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1983년에 진돗개 ‘엄지’와 맺은 인연이 좀 특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황당한 사건 때문이었지만요. 그 뒤로 진돗개가 정말 좋아졌어요.  
40년 전 키웠던 진돗개 '엄지'와 산책하고 있는 김대원씨. 사진 김대원

40년 전 키웠던 진돗개 '엄지'와 산책하고 있는 김대원씨. 사진 김대원

황당한 사건요? 
저희 집사람 금반지가 작아져서 집 근처 귀금속 가게에 사이즈를 늘려 달라고 맡겼다가 찾으러 갔는데, 글쎄 문이 닫혀 있지 뭐예요. 수소문 끝에 가게 주인이 사는 우이동으로 찾아갔죠. 근데 사장님이 “가게가 망했다. 그래서 줄 돈이 없다” 그러는 거 있죠. 너무 황당했어요. 그러더니 마당에 있던 강아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진돗개인데 저 녀석이라도 데려가서 키우시던가요”하는 거 아니겠어요. 잠시 고민하다 집으로 데려오게 된 거죠.